
익명의 시민연대 ‘리얼돌아웃’은 23일 청계천로 남측에서 ‘제2차 리얼돌 전면 금지화 시위’를 개최하고 남성 중심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강력히 규탄했다.
리얼돌아웃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 세상은 남성의 성적 욕구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도 국민이다’ ‘우리도 주체로서 요구할 권리있다. 여성도 주권자다’ ‘리얼돌 제작판매 전면금지, 리얼돌 소비 전면금지’ ‘여성은 성기구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리얼돌아웃은 성명문을 통해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낸 대법원 및 사법부를 규탄한다. 관련 법규가 부재한 현 상황을 방관한 입법부·주무부처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소극적으로 대처한 행정부처 및 청와대를 강력히 비판한다”며 “최종적으로 리얼돌 제작·판매·수입 전면 금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1부에서는 남성 형상 리얼돌을 이용한 미러링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남성 형상 리얼돌을 판매하는 쇼호스트로 등장해 리얼돌을 소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리얼돌 얼굴을 개인의 얼굴로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점, 아동형상 리얼돌 제작 문제, 법적 규제가 부재한 상황을 비판했다. 리얼돌아웃은 “해당 퍼포먼스가 리얼돌을 옹호하는 이들을 향한 유쾌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영어연설도 진행됐다. 사회자는 “수치스러움을 느껴 마땅할 한국 남성들의 부끄러운 성욕과 이를 부추기는 한국 정부의 민낯을 전 세계에 낱낱이 고발한다”며 “이를 해외에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 남성들은 커스터마이징된 리얼돌을 강간하면서 여성에 대한 지배 욕구를 만족하기도 한다”며 “이는 리얼돌이 강간문화의 한 부분인 이유”라고 했다.
이밖에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다크웹’ 운영자와 해당 사이트의 헤비업로더 70%가 한국 남성으로 밝혀진 점, 한국 법원이 ‘다크웹’ 운영자 손모씨에게 18개월 징역을 선고한 점, 성폭력 피해자 여성에게 행해지는 2차 가해, 한국 남성 간에 만연한 성 매수 및 성 착취 정당화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연설문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모든 여성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와 연대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리얼돌아웃은 “대한민국은 남성의 성적 욕구를 위해 여성을 배제한 채 유구한 여성혐오의 역사를 써내려왔다”며 “여성 성 상품화와 여성 사물화를 부추기는 것이 명백함에도 남성 성욕 해소와 행복 추구권을 이유로 리얼돌을 정당화하는 것은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권리 탄압”이라고 했다.

리얼돌은 2005년 ‘인형 체험방’을 시작으로 수차례 논란이 됐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마땅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채 시장 규모를 불려왔다. 지난 6월 대법원이 수입 허용 판결을 내면서 리얼돌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 오히려 국내 수요는 급증했다. 관세청은 대법원이 수입을 허용한 리얼돌 1개를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한 통관을 모두 보류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어렵지 않게 국내에서 제작한 리얼돌을 구할 수 있다.
리얼돌은 여성 신체를 모방한 성기구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 역시 리얼돌을 성기구로 지칭한 2심 판결을 채택했다. 리얼하게 여성의 신체를 본떴을 뿐 남성의 성 생활을 위한 평범한 성기구이기 때문에 주목해서 검토할 게 없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었다.
리얼돌아웃은 “리얼돌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욕구를 무한정 허용해 여성의 존엄성을 짓밟는다. 남성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킬 목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분해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재조립한 대상물”이라며 “흰 피부에 잘록한 허리, 큰 가슴과 엉덩이를 한 기괴한 여성 형상은 그 자체로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성 신체에게 가해지는 성적 폭력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강간문화를 투영한다. 여성 존엄성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 리얼돌 제작 업체는 리얼돌에 ‘저항모드’ ‘순종모드’를 탑재할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내고 있다. 리얼돌이 남성들의 왜곡된 성적 욕망을 용인하고 증폭시키는 수단임을 증명하는 행태”라며 “수동적 여성을 욕망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의 성적 환상이 리얼돌을 통해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다. 여성 인권을 공공연하게 추락시키는 만행이자 강간문화의 온상을 구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100cm에서 140cm에 달하는 아동 형상 리얼돌도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판매업자나 소비자는 ‘아동 리얼돌 판매로 소아 성애 욕구가 해소돼 아동 대상 성범죄가 감소할 것’이라며 소아 성애를 정당화한다”며 “아동 형상 리얼돌이 판매된다면 소아 성애자들의 성적 욕구가 용인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동과 청소년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몇몇 판매 업체는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로 리얼돌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고도 홍보했다. 나체 사진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지인능욕’을 하는 등 남성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범죄에 리얼돌이 사용될 위험성이 있다”며 “끝내는 자기가 소유한 리얼돌과 유사한 성인 여성, 혹은 아동에 실제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성들의 우려는 결코 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관련 규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갔다. 이들은 “국내 제작 업체들이 아동 형상 리얼돌을 판매하고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총 26만 명이 리얼돌 반대 청원에 동의했음에도 청와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만 내놓았고 적극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리얼돌을 둘러싼 수많은 비판은 결국 한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리얼돌은 결코 ‘일반적인’ 성기구가 아니다. 리얼돌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약 98%가 남성이다. 리얼돌은 그 시작부터 남성 전유 강간문화의 산물”이라며 “남성 성욕 해소를 위해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것이 리얼돌의 주된 목적이다. 나아가 이는 어떤 식으로든 여성을 이용하고 물화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얼돌은 여성을 모욕과 폭력을 가해도 되는 존재, 성욕에 대한 모든 욕망을 해소해도 되는 존재로 만든다. 리얼돌로 인해 성범죄가 감소할 가능성은 적다”며 “근본적으로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강간문화를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인간 존엄성을 극심하게 훼손하는 리얼돌의 전면 금지화를 요구한다. 리얼돌아웃은 남성 중심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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