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살만한 세상] “공짜는 없다”며 여학생이 버스기사에게 준 손편지 기사가 나간 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많은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이중 버스 기사의 배려에 감동받아 살아갈 힘을 냈다는 한 독자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30대 중반 A씨는 “열심히 사는데도 빚은 생기더라. 열심히 버티는데도 한계가 오던 중이었다. 이미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가 더 있었다. 성공한 이들은 내 노력을 우스워할 수도 있겠지만 발버둥 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며 살던 날들이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달 중순 무렵 그는 출근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일요일이었고, 비가 왔습니다. 주머니에는 선불 교통카드가 전부였습니다. 지갑에는 천원 한 장도 없었죠. 그렇게 3일을 버텼다고 했습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교통카드에는 1400원이 남아있어야 했습니다. 버스비는 1200원이었고요.
이게 웬 일.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었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안내 음성이 들렸습니다.
“기사님 죄송합니다. 잔액이 없어 내려야하니 문 좀 열어주세요”
버스 기사는 “카드에 얼마가 있든 그 돈만 내고 타라”고 했습니다. A씨는 우물쭈물했습니다. 카드 단말기에 찍힌 잔액은 0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카드에 잔액이 없어요”
버스 기사는 환히 웃으며 “오늘은 그냥 목적지까지 가세요”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월세와 통신비마저 밀려있던 내게는 이토록 큰 따뜻함은 없었다”며 “그날 그대로 버스에서 내렸다면 절망하고 비참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날 아침 버스 기사님덕에 비도 오고 추운 일요일이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며 “하루종일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음이 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웃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A씨의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리에 남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
“기사님 덕에 ‘그래도 희망은 있구나. 어떻게든 누군가는 도와주는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 덕인지 지금은 돈도 조금씩 메꾸면서 지갑에 현금도 만들어 출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참 별 것 아닐 버스비 1200원으로 저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제가 힘들어보니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가 참 위로가 됩니다. 전 오늘도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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