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물이라도 한 번 부딪히면 열차 지연 100%
고라니·멧돼지 등 대형동물은 안전사고 촉발 우려도
안호영 민주당 의원 “열차와 동물 충돌 막을 대책 필요”

열차와 야생동물은 달갑지 않은 관계다. 선로에 뛰어 든 야생동물이 열차에 부딪히면 무조건 멈춰 선다. 최근 3년간 열차의 ‘동물 충돌(로드킬)’ 사고는 연평균 4.3건 발생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열차 지연운행에 따른 승객 불편이 불가피하다. 안전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형동물로 분류되는 고라니나 야생 멧돼지가 최대 시속 300㎞로 달리는 KTX와 부딪히면 안전을 자신할 수 없다. 단 한 건이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안전장치는 미미하다. 1201㎞에 이르는 선로 구간이 야생동물 침입 위협에 노출돼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유지 보수비’의 일부에 불과하다.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막기 위해 예산 수십억원을 편성하는 공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확률이지만, 이를 막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국민일보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열차가 야생동물과 충돌한 사고는 23건 발생했다. 2016년(0건)을 제외하면 매년 충돌 사고가 보고된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5건의 충돌 사례가 있었다.
발생건수만 보면 그리 많지는 않다. 다만 단 한 건이라도 파장은 상당하다. 우선 승객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경부선 김천구미~대전역 사이에서 발생한 KTX와 너구리 충돌 사고가 대표적이다. 작은 동물이라 차량 파손은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대신 승객 580여명은 원래 도착시간보다 1시간56분 지연이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9월 강릉선 둔내~횡성역 구간에서 KTX가 새와 충돌한 사고도 1시간43분 지연을 유발했었다. 이와 달리 비행기의 ‘조류 충돌’은 매년 수십건 발생하지만, 비행에 영향을 준 사례는 연간 한두 건에 불과하다.

열차의 지연운행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와 대형동물의 충돌은 상당한 위험성을 품고 있다. 최근 5년여간 보고된 23건의 동물 충돌 사고 가운데 10건은 고라니, 멧돼지와의 충돌이었다. 미확인 건수(4건)를 제외한 19건을 대상으로 하면 과반이 대형동물 사고인 셈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대형동물과 부딪히더라도 탈선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워낙 열차의 동체 질량이 커서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선로 곳곳에 야생동물 침입이 가능한 ‘구멍’이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1201㎞ 구간(지난해 4월 기준)에서 야생동물 침입 우려가 있다. ‘철도시설의 기술기준’에 따라 방호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완벽하다는 평가를 내리기 힘든 실정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야생 동물은 방호시설에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야생동물 침입을 막을 별도의 예산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코레일은 선로 등의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예산 중 일부를 이용해 방호시설 설치·보수 작업을 한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조류 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예산을 올해에만 각각 26억3100만원, 28억7900만원 책정한 것과 비교된다. 안 의원은 “열차의 동물 충돌은 지연운행뿐만 아니라 안전운행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관련 시설 설치 등 충돌 방지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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