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후반 여성 운동선수 A씨는 경기 후 “왜 가슴으로 안 안기냐”며 감독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A씨는 “감독이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왜 나한테 뛰어와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 안겼냐”며 화를 냈다”며 “‘나를 남자로 보는 거냐, 너는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하는데 수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운동선수 B씨는 감독이 강압적으로 남성 지인들을 소개해줘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감독이 억지로 소개시켜준 후 계속 연락을 이어가라고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실업팀 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여성 운동선수들이 결혼이나 임신 계획으로 은퇴를 종용당하는 등 운동계 성차별 문제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조사단)이 25일 발표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선수 1251명 중 143명(11.4%)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단은 지난 7월 15일 간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1251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단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 폭로 등 ‘체육계 미투’가 불거지자 올해 초 출범했다.
조사결과 응답자 중 66명(5.3%)이 손, 볼, 허벅지 등에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경험했다. ‘신체의 크기나 모양, 몸매 등에 대한 성적 농담’을 경험한 선수는 6.8%였다. 한 선수는 인권위와 심층 인터뷰에서 “한 지도자는 고등학생 여자선수에게 술 마실 때 무릎 위에 앉아보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조사단은 실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선수 2명과 강제로 키스나 포옹, 애무를 당한 13명(여성 11명, 남성 2명)의 사례도 확인했다.

여성 선수들은 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혼 및 임신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털어놨다. 30대 초반 한 운동선수는 “내가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하자 감독이 선발명단에서 날 제외하려고 했다”며 “‘출산 후에도 잘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엔 40, 50대 선수들이 있는데 한국은 30대 중후반이 되면 여자 선배들 모두 운동을 그만두더라”고 덧붙였다.
각종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도 만연했다. 응답자 33.9%(424명)가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5.3%(192명)는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 응답자 8.2%는 폭력 주기에 대해 ‘거의 매일’ 맞는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여성지도자 임용을 늘려서 남성중심 문화를 개선해야한다”며 “관련 부처와 대한체육회 등에 인권보호방안 마련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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