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피의자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일지라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의 조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권위는 지난 14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증거로 채택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있다.
현행법은 당사자가 검찰 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그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재판에서 당사자가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인권위는 인권 보호의 측면에서 검찰 조서만을 특별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검사는 법관처럼 제3자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피의자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법정에서 판사가 피의자에 직접 물어보면 되는 만큼 굳이 밀실에서 작성된 조서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국가들 중 검찰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검찰 수사의 의미가 축소되고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반박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개정안대로 바뀐다면 검찰이 증거로 인정 못 받는 신문조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조사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자백한 다음 재판에서 수사 결과를 일체 부정하면 법정 공방이 훨씬 늘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추가 기소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소환 조사하는 국면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는 십수년 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의견 표명 또한 올해 초부터 검토해온 내용인 만큼 조 전 장관 수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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