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수술로 위를 전부 잘라낸 환자는 일반인 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30%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를 잘라내면서 비타민 B12의 체내 흡수를 돕는 ‘내인자(intrinsic factor)’가 함께 사라진 탓인데, 비타민 B12 를 보충하면 이러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위 수술 후 3년부터 비타민 B12 결핍이 두드러지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개, 생선, 우유 등 비타민 B12가 많이 든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의사와 상의해 주사제나 고용량 비타민 B12 보충제 복용을 통해 공급받는 게 치매 예방을 위해 좋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서울대의대 최윤진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7~ 2012년 위암 수술받은 환자와 일반인 대조군을 비교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간 50세 이상이면서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모두 6만3998명으로 이 가운데 1 만2825명이 위를 모두 절제했다.
대조군은 20만3276명으로 위암 환자와 나이 및 성별 등 사회경제적 요소와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만성 신질환, 우울증 등 치매 발병과 연관있는 의학적 요소 등에서 차이가 없도록 보정했다.
연구결과, 위를 모두 절제한 환자는 대조군 보다 치매 위험이 30% 높게 나타났다.
치매 발병 요인 중 하나인 비타민 B12 결핍이 원인으로 꼽혔다. 위에는 비타민 B12 흡수를 돋는 내인자가 분비되는데, 위를 제거하면서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의 47%에서 비타민 B12 가 결핍돼 있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비타민 B12 부족은 치매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위암 환자들의 비타민 B12 부족은 간과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위암 전절제 수술 후 비타민 B12 보충 여부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비타민 B12를 전혀 보충하지 않거나 수술 후 3 년 안에 보충을 중단한 경우 위암 전절제 수술 환자와 같은 조건의 일반인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위암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정도 높았다.
반면 꾸준히 보충한 환자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9% 줄었다.
다만 치매 종류를 세분화해 분석했을 때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마찬가지로 위를 모두 절제한 환자가 일반인 대조군보다 발병 위험이 높았지만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은 오히려 23% 더 낮았다.
위를 모두 떼어낸 환자들이 이후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내장 지방이 줄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혈관성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성 질환 지표들도 함께 개선된 효과로 풀이됐다.
최윤진 교수는 “위 전부 절제 수술을 받은 지 3년 전후로 비타민 B12 결핍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면서 “이를 모른 채 지내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떠안고 살게 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교수는 “위를 제거하면 당연히 여러가지 영양소가 결핍되기 쉬운 만큼 전문가 상담과 검사는 필수”라며 “비타민 B12 결핍은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만큼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관찰과 보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타민 B12가 결핍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은 먼저, 자신의 비타민 B12 영양상태를 점검하고 비타민 B12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조개, 생선, 육류, 달걀, 우유와 유제품은 비타민 B12의 함유량이 높다. 조개나 생선 등을 반찬으로, 우유 및 유제품을 간식으로 섭취하면 도움된다.
하지만 식품 섭취를 통해 충분한 양의 비타민 B12를 흡수하지 못하는 위장병 환자의 경우, 담당 의사와 상의해 주사제 혹은 고용량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 B12를 공급받는 게 좋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종양외과학회지(Annals of surgical onc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