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맞아야 정신 차리죠” 학생 선수들 맞으면서 가해자로 큰다

Է:2019-11-07 14:53
:2019-12-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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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 발표

연합뉴스

“선배들도 이렇게 (폭력행사를) 했으니까 저희도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운동하는 사람은 처맞아야지 정신을 차립니다.”(중학생 남자 양궁선수)
“운동하면서 맞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초등학생 남자 배구선수)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례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수조사에서 응답자의 14.7%가 신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올해 조사한 일반 학생의 신체폭력 경험 비율의 1.7배 수준이다. 조사에 응답한 학생 가운데 2212명(3.8%)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중 24명은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인권실태 조사에는 전국의 학생 선수 6만3211명 중 5만7557명이 참여했다. 학생선수 29명과는 심층 인터뷰가 이뤄졌다. 지난 2월 조재범 전 국가대표 빙상 코치의 성폭력 사건이 폭로된 게 전수조사의 계기다.

폭력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됐다. 신체폭력을 당한 비율은 초등학생 때 12.9%였으며 중학생 때 15.0%, 고등학생 때 16.1%로 갈수록 높아졌다. 한 초등학생 배구 선수는 “하루에 30대 정도 맞았다. 많이 맞으면 40대까지 맞았다. 안 맞는 날이 없고 매일 맞았다”고 말했다.

폭력은 학생 선수들에게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초등학생 운동선수는 주된 가해자로 ‘감독이나 코치’(75.5%)를 꼽았지만 중학생은 ‘선배 등 또래 선수’(50.5%)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고교 운동선수들도 39.8%가 선배 등 또래에게 맞았다고 답했다. 선수들이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면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한 중학생 양궁 선수는 “선배들이 주로 숙소에서, 심할 때는 충전기 선 등으로 감아서 팔이나 가슴을 때렸다. (때린) 티가 나면 긴 팔을 입게 시켰다”고 기억했다. 부모들도 이를 방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고등학교 남자 축구선수는 “부모님들이 ‘그냥 참아라, 네가 멍들고 뼈 부러지는 거 아니면 참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자는 중학생 선수가 1071건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 438명, 고등학생 703명이었다. 초등학생 피해자들은 57.2%가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가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성폭행 피해는 중학생 5건, 고등학생이 9건이었다. 성관계 요구도 각각 9건, 1건이 있었다. 상대의 중요 부위를 만지라고 강요당하거나 반대로 추행당한 경우, 강제로 혹은 몰래 신체 부위를 촬영당한 경우도 잦았다. 피해장소는 훈련장 등 공개장소에서 숙소 등 폐쇄적인 장소로 옮겨가는 추세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학생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들이 장시간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권과 건강권은 물론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어 아동인권 및 학생인권 차원에서 인권보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석한 전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 서정화 코치는 “학생선수들이 폭력이나 성폭력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운동에만 몰두하면서 시야가 좁아져 폭력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영향이 크다”면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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