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업체 전반의 노동자성을 법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는 배달앱 ‘요기요’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했고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됐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6일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혁신,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려한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법 회피의 수단으로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에 진정을 낸 요기요 배달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것에 대해서는 “위장도급 플랫폼을 처벌하고 라이더를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날 “정부 관료들은 타다를 혁신이라고 말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쳐가며 만들어진 노동법은 규제라고 이야기한다”며 “노동법도 안 지키는 기업이 혁신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찰 기소가 성급했다고 했지만 성급했던 것은 검찰이 아니라 (타다를 혁신으로 본) 정부 관료들”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플랫폼 기업의 불법적 행태는) 공정한 시장 경쟁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플랫폼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적법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사업자 입장에서는 반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요기요 배달원 5명이 제기한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 대한 결과를 전했다. 노동부는 이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지난달 28일 결론냈다.
요기요 배달원 5명은 개인사업자로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해왔다. 이들은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할 의무가 있고 ▲점심시간까지 보고해야 하며 ▲특정 지역에 파견되는 등 업무 지시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초 노동부에 근로자 인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 임금 지급도 요구했다.
요기요는 “배달원과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고,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배달원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요기요 배달원을 근로자로 봤다. 노동부 관계자는 “진정인의 근무 형태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사용종속관계가 성립하면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도록 한다. 사용종속관계가 성립하려면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 ▲근무시간과 장소 지정 ▲사용자의 작업도구 소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충족돼야한다.
노동부가 배달 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노동관계법에 따른 각종 수당 지급을 해야한다.
다만 노동부는 진정을 제기한 배달원들만 근로자로 인정했다. 요기요의 다른 배달원은 근무 형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요기요 배달원은 대체로 근무 형태가 같다고 보면 된다”며 “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쿠팡잇츠 배달원도 근로자에 해당한다. 노동부의 이번 판단을 토대로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행태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임금 체불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권리를 찾겠다”며 “요기요에서 근무하고 퇴직금 등을 못 받은 라이더들을 모아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승현 라이더유니온 측 노무사는 “라이더들은 하루 12시간씩 5일 동안 일해 주 60시간을 근무했다.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라며 “미국 등에선 개인사업자이며 자유가 있는지를 사용자가 입증하는 방식으로 법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법이 바뀌어야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배달 등 플랫폼 산업이 점점 커질텐데 해당 산업의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초기 산업사회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진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한 주에 60시간, 70시간씩 일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지 못해 교통사고로도 죽어가는 배달 노동자에 대해 기업이 책임지고 국가가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요기요 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플랫폼 앱 업체들도 출퇴근을 지휘감독하고 있다”며 “또 라이더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라이더가 배달 없는 곳에 있으면 배달 있는 곳으로 이동하라고 지휘감독한다”고 전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라이더에게 지각, 무단조퇴, 무단결근을 할 경우 건당 배달 보수를 차감하는 형태로 패널티를 부여했다. 근무시간과 장소, 배달 건수까지 지휘감독하고 있다는 의미다. 쿠팡잇츠 역시 정해진 시간만큼 근무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