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빠르미’가 국내 벼 품종 중 처음으로 이기작(二期作, 1년에 2회 동일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은 기술원 내 답작시험포장에서 빠르미 수확 작업을 갖고 이기작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경남·전남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일본 품종을 이용한 이기작 시도가 있었지만 수확량이 크게 떨어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도 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극조생종인 빠르미는 우리나라 벼 품종 중 생장 기간이 70~80일로 가장 짧다.
때문에 노동력·농자재·농업용수 등의 절감, 가뭄·태풍·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시기 회피 재배, 추석 전 햅쌀 시장 선점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이번에 수확한 빠르미는 지난 7월27일 첫 수확을 마치고 사흘 뒤인 7월30일 동일한 논에서 다시 이앙한 벼다.
두 번째 수확량은 10a당 470㎏을 기록, 첫 수확에서 거둔 513㎏보다 약 10% 감소했지만 비교적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벼를 늦게 이앙하면 생육 기간이 충분치 않아 이삭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종자가 익는 과정인 ‘등숙(登熟)’이 불량해 수확이 어려워지거나 수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이기작 빠르미는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빠르미의 이기작 성공은 타 작목과의 연계 재배를 통해 논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를테면 감자·옥수수·강낭콩 등을 3~7월 재배한 뒤 빠르미를 심거나, 4~7월 빠르미를 키운 뒤 들깨·감자·무·배추 등을 심어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또 빠르게 자라는 만큼 국가 식량위기 발생 시 비교적 빠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빠르미는 특히 수확으로 베어낸 그루에서 새싹이 돋아 자라나는 ‘움벼’의 재배 가능성도 확인됐다. 도 농업기술원이 움벼 재배를 시도한 결과 이삭 패기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게 확인된 것이다.
움벼 재배는 동남아시아 열대·아열대 지역처럼 한번 이앙으로 두 번 수확이 가능해 노동력 절감 등의 효과가 상당하지만, 국내 움벼 재배는 생장 기간과 날씨 등의 문제로 시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미를 개발한 충남도 농업기술원 윤여태 박사는 “생육기간을 크게 단축시킨 빠르미는 농자재와 농업용수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타 작목 연계 재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만큼 농업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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