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5살 난 딸을 찾던 어머니가 44년 만에 딸과 만난다.
어머니 한태순(67)씨는 요새 매일 같이 딸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영상 통화하기 바쁘다. 딸 라우리 벤더(한국명 신경하·49)씨가 미국에서 자란 탓에 한국어를 할 줄 모르지만, 모녀는 통역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가며 한없이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오랫동안 엄마를 그리워했는데 찾을 방법을 알지 못했어요. 만나면 꼭 안아줘요.”(신씨) “우리 딸 없이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 엄마를 찾아줘서 고맙다.”(한씨) 등 대화가 남아 있다. 한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면 속 경하가 지금도 5살 모습으로 보여요. 잃어버린 딸을 다시 만났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한씨가 1975년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딸의 소식을 처음 들은 때는 지난 4일이다. 4년 전 입양 한인과 가족을 지원해주는 비영리단체 ‘325캄라’에서 검사했던 DNA를 바탕으로 딸을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신씨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10년 전부터 미국 내 여러 단체에 의뢰해 놓았던 DNA와 한씨의 것을 대조한 결과 일치됐다고 했다. 한씨는 “꿈인지 생시인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고 했다.
한씨는 바로 다음 날 연락처를 얻어 44년 만에 딸과 화면으로 먼저 만났다. 한씨는 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못 본 새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은 신씨의 얼굴은 본인의 아버지와 이모를 쏙 빼닮아 있었다. 한씨는 “입양되기 전 찍은 사진을 보니 잃어버릴 때 신고 있던 꽃고무신이 있더라. 어릴 적 왼쪽 허리춤에 있는 흉터도 확인했다”며 “우리 딸이 맞다”고 미소 지었다.

어머니가 잠깐 장 보러 나간 새 사라졌던 신씨는 충북 제천의 고아원까지 흘러갔다가 실종 이듬해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고 했다. 실종 당시 신씨의 기억은 희미했고,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한씨는 “엄마 품 밖에서 어린 것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신씨는 18일 어머니를 보기 위해 입양된 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한씨는 딸과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해 며칠 전 ‘EBS 왕초보 영어’ 교재를 사서 일일이 밑줄 치며 발음을 공부하고 있다. 딸을 만나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한씨는 “꼭 끌어안고 한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답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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