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웃을 위협하는 공공주택 임차인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주거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중히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인건위의 판단은 국회 계류 중인 법률안에 대한 것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반복적으로 주거생활 안전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등 다른 임차인에게 중대한 피해를 주면 공공주택 사업자가 임대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이 두 개정안에 담겨 있다. 개정안은 올해 4월 경남 진주의 한 국민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인권위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다수 임차인의 생명과 신체, 주거생활 안정 등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본다. 다만 법적 절차를 통해 임차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가려지지 않아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점, 다른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 퇴거가 진행될 수 있는 점 등을 문제삼았다. 개정안이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은 대부분 주거 취약계층이다. 퇴거 시 다른 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이 어렵다. 퇴거 조치를 당할 경우 해당 임차인과 같이 사는 가족의 주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인권위는 “계약 해지 여부를 제삼자 등이 포함된 기구에서 심의하거나, 계약 해지 당사자 의견 진술권 부여 및 불복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방과 방지를 위한 조치를 했음에도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계약 해지를 하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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