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탓 아닌 가혹행위” 이제야 밝혀진 ‘軍사망’ 진짜 이유들

Է:2019-10-08 11:06
:2019-10-0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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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위, 요청사건 703건 중 13건 규명

뉴시스

부대에서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러 사건이 은폐·축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부대 내 부조리로 인한 죽음’에 대한 실체를 파헤지기 전까지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있었다.

진상규명위는 출범 1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진상규명 요청 사건 703건 중 13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중 상당수는 부대 내 극단적 선택 사건으로 상급자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우려해 군 당국 차원에서 사유를 은폐·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유 모른 채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

임모 일병은 1997년 3월 18일 오전 4시30분경 탄약고 경계근무를 마치고 동료에게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이후 변사체로 발견됐다. 소속 중대 보급창고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눴고 두부 관통상으로 숨졌다. 당시 당국은 임 일병이 집안 문제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기록했다. 아버지의 지병으로 마음고생을 하던 터에 업무 미숙에 대한 부담감이 겹쳤다는 것이었다. 유족은 반발했다. 타살이나 사고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약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맞다면 원인은 부대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일병 죽음의 진실은 20년이 훌쩍 지나서야 드러났다. 위원회 조사 결과 그는 소속 부대 행정보급관에게 지속적인 인격 모독성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성추행도 당했다. 그는 사망 전 탄약관리병으로 전입됐으나 보급품 재고 관리 등을 담당하는 보급 업무를 겸직했다. 아울러 주·야간 탄약고 경계근무와 내무반 불침번 근무 등 과중한 업무를 지고 있었다.

김모 이병은 1980년 총기로 목숨을 끊었다. 당국 기록 상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군 복무 중 얻은 염증 탓에 자해하다 사망했다’고 적시됐다. 위원회는 김 이병이 부대 내에서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언은 기본이었고 수시로 구타를 당했다. 부대 간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했다.

2004년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또 다른 김모 이병은 선임병들의 속옷을 빨았다. 그들의 총기와 방독면도 김 이병 혼자서 관리했다. 선임병들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어떤 날은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내용을 암기하도록 하고, 완수하지 못하면 구타했다.

안모 일병은 1998년 부대에서 숨졌다. 가혹행위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대를 옮긴 후 선임병에게 구타와 폭언을 당했다. 하루 14시간 이상 과중한 근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이전 부대로 복귀하고 싶다”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폐·축소 가능성 높아… 진상 규명은 국가의 도리”

이들 사망은 대부분 ‘부담감’ ‘어려운 가정형편’ ‘내성적인 성격’ 등으로 적시됐다. 위원회는 군 당국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군 당국이 왜 ‘개인적인 문제로 숨졌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쳤고, 가능한 범위에서 관련자 조사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건 수사관들은 “자살이나 타살은 순직 처리가 되지 않아 수사를 깊이 하지 않았다. 해당 부대 지휘관과 사건 관련자가 불이익을 당해서 그랬다”며 “죽은 이들은 순직도 인정되지 않는데 계속 군 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은폐·축소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인사법 시행령에서 군 복무 중 사망 분류 기준을 변경했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자살·타살·사고사 등 진상규명 불명자의 사망일지라도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등 공무와 관련성이 있는 이유라고 인정되면 순직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 측은 “현재는 군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유가족이나 외부 인사가 수사를 직접 참관하는 등 방식이 바뀌었다. 군 당국도 위원회가 자료를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응한다”면서도 “다만 과거 군 당국의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고 진실 규명을 호소하는 유족들이 많다. 국가에서 불러 군 복무를 하다 죽은 이들에 대해 최소한 죽음의 진실은 알려주는 것이 국가의 도리”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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