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가르기 하는 정치는 그만. 통합나서라”…원로들의 제언

Է:2019-10-0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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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원로 및 전문가 8명 의견 들어보니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한국 사회가 둘로 갈라져 두 달 가까이 대립하고 있다. 조 장관을 옹호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 모두 광장으로 나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국민일보는 조 장관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나 조 장관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에 대한 정치·사회 원로 및 전문가 8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치·사회 원로 및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지금의 분열과 혼란을 부추겨 내년 총선에 활용하려는 행태를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루빨리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론이 더 분열되기 전에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지는 정부여당이 먼저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제8차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진보 사회학계의 원로로 평가받는 강수택 경상대 교수는 6일 “광화문 집회는 고위 공직자 임명 때 적용됐던 도덕적 판단 원칙을 지키라는 요구이고, 서초동 집회는 검찰 개혁을 통해 시민들이 권력 남용의 피해를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이를 정치권에서는 이념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사회연대의 정치적 왜곡이자 변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은 그런 유혹을 항상 받게 마련”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집권 여당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지 말고 국민 통합 차원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헌법을 연구해온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조국 논란’은 진영 논리가 아닌 법치와 양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법치 확립이라는 국가 기본에 관한 것이자 인간의 도덕관·가치관이 어떻게 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뜻이다.

이 전 처장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실정법 위반 사안을 진영 논리에 따라 두둔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옹호하는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 전 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통령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기에 특정 정당 정파 지지계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음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해 달라”고 제언했다.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주말과 공휴일마다 열리는 대형 ‘조국 집회’ 때문에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공유되고 있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외교·안보·경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청와대와 여야 모두 조 장관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대단히 불행한 사태”라고 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경제학 박사도 “전환점을 도는 문재인정부가 경제·사회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할 때인데, 사법(검찰) 개혁만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맞불을 놓듯이 나서서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검찰을 견제했고, 여당은 수사기관을 직접 압박하는 서초동 집회가 “국민의 명령”이라며 힘을 실었다.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살아있는 권력이 대중을 동원해 국가의 검찰을 공격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는 보수집회를 주최한 자유한국당에 대해 “거대 정당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 광장의 정치는 시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 전 처장은 “검찰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사하며 범죄 혐의를 밝혀내고 있다”고 호평했다. 조 교수는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개입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론이 첨예하게 갈라진 데는 검찰의 탓도 크다”고 말했다.

원로와 전문가들은 국정 운영에 무한한 책임이 있는 집권 세력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조 장관을 임명하며 ‘조국 사태’를 촉발한 문 대통령이 입장을 분명히 밝혀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의장은 “수많은 의혹과 엇갈린 주장으로 국민이 혼돈에 빠졌다”며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현 상황에 대한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 반대편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와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선 조 장관이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컸다. 윤 교수는 “압력밥솥에 증기가 가득 찬 것 마냥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조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긴장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보다 유능하고 깨끗한 인사를 새로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법 위반이 명백한 조 장관이 사퇴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대로 덮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의 정치를 멈추고 제도권 내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 본래의 기능에 맞게, 여야가 국회로 돌아와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극렬 조민아 조효석 안규영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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