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석모도로 섬 타고 이동
초유의 96시간 이동중지명령 내려져
북한 야생 멧돼지 의심 커지지만 증거는 없어

인천 강화군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포비아(Phobia·공포증)’에 빠졌다. 지난 24일 이후 사흘 연속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최대 발병지로 떠올랐다. 의심 증세를 보인 시점이 엇비슷해 같은 시기에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유입돼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집중 발생은 강화군 전체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게 만든다.
경기도 북부지역에 띠를 형성하며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초유의 나흘간 이동중지명령(stand-still)도 불러 왔다. 도축부터 출하, 소매점 판매를 아우르는 돼지 공급망이 28일 정오까지 마비된다.
방역 당국이 강경 대응을 하고 있지만 최초 전파 경로, 감염 매개체, 확산 경로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북한 지역에서 넘어와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증거가 없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밤늦게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인천 강화군 삼산면(석모도)의 돼지농장을 정밀 검사해 양성 확진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농장은 폐업 후 돼지 2마리를 놓아 기르고 있었다. 특별한 이상 증상은 없었지만, 혈청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마리는 즉시 살처분됐다.
이번 확진으로 인천 강화군에서 발병 농장은 3곳으로 늘었다. 모두 7건의 확진 사례(인천 강화군 3건, 경기 파주시 2건, 연천군 1건, 김포시 1건) 중 가장 많다. 특히 24일부터 사흘간 잇따라 확진 농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강화군 내부에서 전방위로 확산했을 확률이 높다.
여기에다 농식품부는 1~4차 발병 농장과 강화군의 5~7차 발병 농장 사이 역학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육지에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추가 발병이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

농식품부는 강도 높은 방역 속에서 열흘 간 7건의 확진이 이어지자 전국에 내려진 이동중지명령을 오는 28일 낮 12시까지 48시간 연장했다. 총 96시간 동안 전국의 돼지농장과 축산 관련 차량 및 시설이 멈춰 서는 것이다.
이동중지명령이 풀리더라도 경기 북부권역의 차량 이동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농식품부는 중점관리지역 10곳(경기 연천군과 포천·동두천·양주·파주·고양·김포시, 인천 강화·옹진군, 강원 철원군) 내에 있는 축산 관계 차량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 중점관리지역에 들어오는 차량도 사료 공급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막는다.
고강도 방역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바이러스 유입·전파경로 파악에는 진전이 없다. 예상 가능한 감염원 가운데 하나인 야생 멧돼지가 북한에서 남하해 전파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된 징후가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발병지와 맞닿은 임진강을 언급하며 방역대 강화를 주문했다.
다만 증거는 없다. 국방부는 최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죽어있는 야생 멧돼지 2마리를 발견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밀 검사 결과 음성이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전국의 야생 멧돼지 1094마리(폐사체 포함)를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현재 상황에선 발병 농장에서 야생 멧돼지로 바이러스가 옮겨가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천지우 모규엽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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