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 장관 딸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위원장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검찰에 충실히 설명했다며 기자들에게 과도한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원장은 23일 “검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져 부득이 몇 가지 말씀과 요청을 드린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기보단 자신의 애로사항을 주로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인터뷰에 응하거나 입장을 내지 않아 궁금하신 점이 적지 않으셨을 줄 안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현재 근무 중인 기관과 무관한 일로 기자분들의 취재에 응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20일 오후에 소위 증명서 발급 의혹 관련 참고인으로 검찰에 나가 진술했다”며 “10년 전, 6년 전의 상황에 대해 상세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제가 아는 범위에서 나름 충실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한 원장을 피고발인 및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한 원장을 상대로 조 장관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발급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장은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을 맡았다. 검찰 조사에서 한 원장은 주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원장은 “정치적 폭풍 속에서 진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며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의혹 제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혹이 곧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억측이 진실을 가리지 않았으면 하고, 차분히 사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의혹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논란으로 애로가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원장은 “연구원 출근과 근무에 애로가 많았다”며 “과도한 취재 열기가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기자들의 취재가 직장이 아닌 집 부근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웃과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취재활동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새벽에 출근했더니 ‘도둑 출근’이라 하고, 회의 준비에 차질이 있을 정도의 상황인지라 연가 처리를 했더니 ‘꼭꼭’ 숨었다고 한다.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잠시 거처를 옮겼더니 ‘잠적’이라 한다”며 취재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자녀의 인턴 증명서가 부정 발급됐다며 조 장관, 한 원장, 양현아 현 공익인권법센터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09년과 2013년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주 의원은 조 장관 아들의 증명서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통상 발급되는 것과 형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 딸의 증명서도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조 장관의 은사인 한 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한 원장은 그간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의혹에 대해 특별히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취재진을 피해왔다. 조 장관 측은 의혹이 제기된 당시부터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아래는 한 원장 글 전문
그동안 인터뷰에 응하거나 입장을 내지 않아 궁금하신 점이 적지 않으셨을 줄 압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현재 근무중인 기관과 무관한 일로 기자분들의 취재에 응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져 부득이 몇 가지 말씀과 요청을 드립니다.
1. 지난 9월 20일(금) 오후에 소위 증명서 발급의혹 관련 참고인으로 검찰에 나가 진술했습니다. 문답에 대략 6시간, 조서 확인에 2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10년전, 6년전의 상황에 대하여 상세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제가 아는 범위에서 나름 충실하게 설명했습니다. 점차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 정치적 폭풍 속에서 진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란 참 어렵습니다. 의혹 증폭에는 한 건, 하루로 충분하지만, 그 반박과 해명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더구나 어제 일어난 일도 아닙니다.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의혹제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혹이 곧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도한 억측이 진실을 가리지 않았으면 하고, 차분히 사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겠습니다.
3. 연구원 출근과 근무에 애로가 많았습니다. 책임자로서는 직원들이 평온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새벽에 출근했더니 ‘도둑출근’이라 하고, 회의준비에 차질이 있을 정도의 상황인지라 연가처리를 했더니 ‘꼭꼭’ 숨었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업무협의와 지시도 하고, 대외 MOU도 체결하는 등 원장으로서의 업무수행에 영향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과도한 취재열기가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4. 기자들의 취재가 직장이 아닌 저희 집 부근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거지는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 하는 공간이고, 이웃 주민들도 공동으로 거주하는 곳입니다. 아파트 건물 안과 주차장에 기자들이 드나들며 사진을 찍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할 수 있는 주민전용공간에 함부로 들어와 집 현관문 앞까지 와서 숨어 있거나, 문을 두드리는 일이 거듭되었습니다. 컴컴한 복도에 숨어 있던 기자와 갑자기 맞닥뜨려 쇼크상태에 이른 적도 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경비원과 주민들의 퇴거요청에도 ‘경찰 불러라’고 합니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잠시 거처를 옮겼더니 ‘잠적’이라 합니다. 저의 이웃과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저희 집 부근에서 취재활동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19. 9. 23.
한인섭 드림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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