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해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잦은 의견 불일치를 가감없이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맹렬히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근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책사를 맡았던 이가 해임되자마자 가장 아픈 비판자로 변모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게이트스톤연구소 초청 비공개 오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거센 어조로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소는 그가 지난해 4월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까지 회장을 맡았던 곳으로 비공개 자리였다고는 하나 지난 10일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해임된 후 8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향후 전망에 대해 악담을 쏟아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이란이 진행할 그 어떤 협상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이란이 오직 자신들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의 협상만을 고집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의견 충돌을 드러냈던 대(對) 중동 외교에 대해서도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반군 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위해 탈레반 대표단을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초청하려 했던 것을 지적하며 “탈레반에 ‘끔찍한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이 휴전에 동의한 적도 없고 미국에 대한 공격을 이어온 상황에서 그들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것은 ‘탈레반의 승리’를 선언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탈레반이 9·11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했던 일도 함께 상기시키며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애초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며, 그 대신 8600명의 미군 병력이 아프간에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퍼 매파’(강경파)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한 행사 참석자는 폴리티코에 “비록 직접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볼턴은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마구 헐뜯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초여름 이란이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했을 때 미국이 보복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뒤끝을 보였다. 그는 지난 6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기를 격추시키자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말대로 대이란 군사 대응을 준비했다가 ‘나쁜 아이디어’라는 다른 이들의 경고를 받아들여 막판에 계획을 철회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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