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아일랜드를 공식 방문하며 작은 마을 ‘둔백’에 위치한 트럼프 리조트에서 지내고 있다. 주요 일정이 잡힌 수도에서 40분간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에도 펜스 부통령은 숙소를 옮기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을 자처한 부통령의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3일 펜스 부통령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럼프 리조트에 머무는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쥐고 있는 한 사람(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일부터 아내, 어머니, 여자 형제와 아일랜드를 방문해 둔백에 위치한 트럼프 리조트에 묵고 있다. 공식 일정은 수도 더블린에서 열리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비행기와 차량을 이용해 총 2시간가량 소요되는 거리(약 291.29㎞)를 왕복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3일 아일랜드 섀넌 공항에서 더블린으로 향하는 에어포스2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났다. 취재진은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 점을 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부통령은 이에 “명령과 같은 요청은 아니었다. 제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안 문제를 비롯해 가족사까지 늘어놓으며 정당성을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둔백에 와보시면 이곳은 꽤나 작은 지역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며 “보안 및 인원 문제 등으로 둔백 트럼프 리조트에 머무는 건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인원이 몇 명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마크 쇼트 부통령 비서실장도 거들었다. 쇼트 비서실장은 “펜스 부통령의 증조할머니가 둔백 출신이고 먼 친척들이 둔백에서 펍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은) 꼭 그래야 한다는 요청이 아닌 ‘내 소유지에 머무르는 게 어떠냐’와 같은 제안이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둔백 리조트가 펜스 부통령의 수행단을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었고 부통령은 가족들의 체류비를 개인적으로 지불하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더 낮은 비용을 쓸 수 있는 선택지를 모색한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아일랜드계 미국인과의 유대감까지 묘사했다. 부통령은 “(내가) 가족의 뿌리를 마주할 기회를 갖게 되는 건 미국과 아일랜드의 관계를 다시금 조명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미국인들과 아일랜드 사람들은 공동의 유산을 공유하고 있고, 이는 가족 관계와도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하루는 둔백에 머무는 게 내게 중요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갖은 설명에도 대통령이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윤을 추구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공직자인 펜스 부통령의 외국 방문에는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테드 민주당원은 부통령을 겨냥해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국회에 선서했다”며 “트럼프 리조트에 묵으면서 국민 혈세를 쓰는 건 비도덕적이다”고 비꼬았다.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공식 트위터에 “당신의 세금이 트럼프 가족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고 적었다.
CNN은 지난 3일 기사를 통해 “증조할머니가 자랐던 도시를 보고 싶었다는 해명은 타당하다”면서도 “쇼트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소유하는 곳에서 묵어야지’(라고 했다)’고 말을 흐렸다”며 “대통령의 말은 제안이라기보단 아주 강한 추천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추천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건 그의 정치적 생명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CNN은 “펜스 부통령은 2016년 선거 때 부통령 자리를 받아들이면서 그의 정치 미래가 완전히 트럼프에게 묶여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항상 따르는 게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CNN은 “펜스 부통령은 그야말로 트럼프의 오른팔”이라며 “따라서 트럼프 호텔에서 이틀간 머물라는 대통령의 제안은 펜스 부통령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었다”고 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