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인사청문회 불발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직접 해명했다. 기자회견은 2일 오후 3시30분 국회에서 시작해 주제도 시간도 제한이 없는 무제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5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비슷한 질문과 답변만 반복됐다. 그 때문에 대중들의 실망과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포털 사이트 다음엔 ‘근조한국언론’과 ‘한국기자질문수준’이라는 말이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1위, 2위를 장식했다. 이는 조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문회가 열리길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무산돼 무척 아쉽다”면서 “지난 3주, 고통스러웠다. 무수한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내가 직접 답할 수 없었기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며 기자회견을 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었다. “현재의 논란이 다름 아닌 과거의 내 말과 행동에서 생겼다는 뉘우침이 크다”고 한 조 후보자는 “개혁과 진보를 주장해왔지만 철저하지 못했고, 젊은 세대에 실망과 상처를 줬다. 이 부분에 있어 학생(청년)과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질의응답 시간에 조 후보자는 사모펀드 투자와 딸 입시 부정·장학금 수혜 의혹 등에 대해 답했다. 하지만 증인이나 후보자에게 받은 자료 없이 기자들이 즉흥적으로 던지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인사청문회와는 차이를 보였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기자질문수준’이라는 말이 실검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는 기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3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자유게시판엔 ‘근조한국언론’ 키워드를 단 게시물이 잇따랐다. 이는 조 후보자 지지자들이 그를 응원하기 위한 단체행동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한 것보다는 낫다”는 옹호 의견이 있는 반면 “모르쇠와 남 탓으로만 일관한 맹탕 기자회견”이라는 비판 의견도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후보자는 지난 2009년 딸이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 “당시 그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했고 최근 검증과정에서 확인하게 됐다”며 “당시엔 1저자와 2저자의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딸 아이가 대학 입시에 논문을 썼다는 말은 있지만 논문명은 적은 적이 없다”며 대학 입시에 논문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자는 “생활기록부를 나도 확인했는데 인턴십을 해서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고 적혀 있지만 어떤 논문인지 논문 이름이 없다”며 “논문 자체도 제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학부형 참여 인턴십은 나나 배우자가 만든 게 아니라 아이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담당 선생님이 만들고 그것에 참여했다”며 “그 과정에서 교수에게 나나 가족 중 누구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딸 장학금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금을 신청하거나 전화하거나 환경대학원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장학금 선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반납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그는 또 가족의 사모펀드와 관련해 “블라인드 펀드라 운영이나 구성을 전혀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 않았다”며 “5촌 조카가 하루빨리 귀국해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는 공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동생의 위장 이혼 의혹에 대해서는 “이혼해도 아이가 있기에 아이에겐 이혼 이야기를 하지 않고 동생이 주말마다 왔다 갔다 했다. 부산 가면 아이도 보고 전 제수랑 밥도 먹는다. 아이를 저희 어머니가 돌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빌라 매입자금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서는 “이혼 위자료와 양육비 명목”이라는 기존 해명을 반복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당초 여야가 3일까지 이틀간 개최하기로 합의했지만 가족 증인 채택 여부와 날짜 변경을 놓고 이견이 불거지면서 결국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법에 따라 오는 12일 전 특정일을 잡아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다시 요청할 계획이어서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간담회 사회를 맡으며 지원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를 기습 침략해 주권자들에게 테러를 가한 것이라며 조 후보자를 비난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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