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과 5월 각각 숨진 동천안우체국의 고(故) 전경학 집배원과 공주우체국의 고 이은장 집배원의 산재 인정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집배노조가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29일 오전 10시 근로복지공단 대전유성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정사업본부는 지금 당장 산재를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규탄했다.
집배노조는 두 집배원의 산재신청이 늦어진 것은 우정사업본부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집배원들의 사망 직후 우정본부측이 유가족들에게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하기로 했음에도 약속한 기일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출퇴근 CCTV영상 및 자료 등을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두 집배원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과 사용자의 꾸준한 비협조·말바꾸기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집배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조사의 경우 우정본부측이 일방적으로 조사업체를 선정하려 하고 있으며 비용을 핑계로 사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숨진 두 집배원이 과중한 업무, 또 업무에서 받는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내놨다.
근무 시 나쁜 환경에 노출된 것과 더불어 직장 내 갑질 등의 요인도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집배원의 출퇴근 시간을 바탕으로 업무시간을 계산한 결과 전 집배원은 숨지기 전 12주 간 일주일에 평균 58시간을, 이 집배원은 평균 53시간 정도 일을 했을 것으로 노조는 추정했다.
청구인들의 법률대리인인 노무법인 참터의 김민호 노무사는 “전경학 집배원은 지난 39년 간 연차휴가를 단 한번도 쓰지 못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 연차를 썼는데 그날 당일 숨지고 말았다”며 “전 집배원이 숨지기 전 한파주의보, 미세먼지주의보 등이 발령돼 기상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정년을 3년여 앞둔 고령의 직원에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인 이은장 집배원의 경우 2차례 정규직 시험에서 낙방했다. 사망 사흘 전 3번째 정규직 시험 응시서류를 준비했는데 결국 숨졌다”며 “고인은 특히 생전에 심한 직장갑질을 당했다. 일례로 상관 지시로 개똥을 치우거나 쉬는날 직원의 이삿짐을 옮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집배원들이 더 이상 고인들과 같은 피해를 당해서는 안된다며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은장 집배원의 형 이재홍 씨는 “젊은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을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부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시고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출 수 있도록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집배노조 최승묵 위원장은 “국가기관인 우체국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과로로 숨지는데도 책임자는 그 어떤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이 나라 노동정책의 현실”이라며 “이제는 그 책임자인 우정사업본부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오늘 이 자리가 고인이 된 두 집배원의 숨겨졌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집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근로복지공단 유성지사에 이은장 집배원의 산재 신청서를 접수했다. 전경학 집배원의 산재신청서는 천안으로 이동해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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