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여론이 극명하게 양분되고 있다. 자질 검증은 뒤로 밀리고 좌우 이념에 따른 임명 찬반 대결,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이 두드러지면서 이런 현상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28일 “조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사퇴로 기우는 듯 했으나 검찰 수사를 계기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좌우 정치 대결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가 표출된 것이 온라인상의 검색어 경쟁”이라며 “후보자 검증과는 별개로 양쪽 모두 정치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게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 현 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보수 진영과 그를 적극 엄호하는 여권 지지층 간 대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는 27일에 이어 이날도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다. ‘가짜뉴스 아웃’ 등도 새로 올라왔다. 연령별 분석에 따르면 20·30대보다 40·50대가 검색어 넣기에 더 열성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한 포털 데이터에 따르면 4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가짜뉴스 아웃’이었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성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이런 영상들은 조회 수가 수십만 건에 이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때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해명이 충분치 않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었다”며 “조 후보자의 경우 지지층이 의견을 적극 개진하면서 팽팽한 대결 전선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인터넷 댓글창 등에서는 이념적 과몰입이나 확증편향 등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정치적 대결을 40·50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 후보자 딸이 거쳐간 고려대 서울대 부산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촛불집회는 부정 입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두고 여권 지지층에선 집회 주최자의 정치적 성향, 과거 행적을 연관시켜 “조 후보자 반대 집회 배후는 자유한국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얼마 전 부모님과 조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을 이야기하다 서로 얼굴을 붉혔다”며 “나는 젊은세대가 느끼는 분노와 좌절을 이야기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제도를 만든 과거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해 대화가 겉돌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나온 가족펀드, 사학재단, 입시 문제에 대해선 개인을 넘어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당한 문제제기도 정치적인 공격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안이 이념의 틀 안에 갇히면 본질은 사라지고 ‘너는 누구 편이냐’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명수 고려대 교수도 “지금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은 진영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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