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의 입시 특혜 논란은 가뜩이나 입시, 취업에 허덕여온 20~30대 젊은 층의 허탈함에 불을 질렀다. 분노 역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표방했던 현 정부에게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왔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논란에 박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1일 “젊은 세대는 지난 2016년 말 탄핵 정국을 거치고 정권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현 정권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적잖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무엇보다 바라는 건 평등과 공정, 정의의 가치”라며 “문 정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조 후보자가 자녀 특혜 논란에 휘말리자 분노를 강하게 표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청년층에서 이번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특히 높았던 만큼 배신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 딸의 의혹이 입시 문제에 민감한 2030세대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교수는 “청년들은 조 후보자 딸의 사례를 보고 입시교육에서 여전히 특권층 문화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부모 덕택에 갖은 특혜를 받고 반칙을 써 손쉽게 (대학에) 들어 갔다는 데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도 “엘리트 계층의 입시 교육과 자신들이 받은 일반적인 공교육이 천지 차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고 박탈감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20~30대는 입시 과정을 가장 치열하게 겪은 세대 중 하나”라며 “세대 차원에서 갖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2주간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바 있다.
현재의 젊은 층이 다른 세대보다 ‘기회의 평등’에 민감하다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 교수는 “2030세대는 구조적인 불평등을 고쳐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기회의 평등”이라며 “그게 보장된 뒤 개인 노력으로 보상받는 건 얼마가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기성세대에 비해 부정부패나 비리에 덜 노출된 만큼 (조 후보자 딸의 사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자신의 딸 관련 의혹에 대해 “논문 덕분에 대학 또는 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지만, 젊은 세대는 여전히 분노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의 의혹이 불거진 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카이캐슬(조국과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합성어)’ 등 조 후보자를 비난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몇 달을 밤을 새가며 논문을 쓴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비난 목소리도 유달리 높다.
취업준비생 윤모(26)씨는 “제 힘으로 하나라도 이뤄보려 열심히 산 젊은이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스스로가 적폐인데 어떻게 적폐 청산을 하겠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강모(27)씨는 “이번 정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고 했다. 회사원 이모(27)씨는 “입으로는 청렴과 정의를 말해왔다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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