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학생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이 자연 도태되는 방식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대학 구조조정 평가 시 학생 충원 관련 점수 비중을 2배 늘렸다. 학생을 채우지 못할 바엔 정원을 토해내 정부 재정 지원이라도 노리란 얘기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지방대학들의 경우 살아남으려면 혁신해서 학생 선택을 받거나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14일 공개했다. 정부의 세 번째 대학구조조정 평가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어떻게 고등교육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할지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다. 2015년에 첫 구조조정 평가가 있었고, 2018년 2주기 평가가 있었다. 이번 평가는 2021년 시행하는 3주기 구조조정이다.
1주기 평가에선 모든 대학을 A~E 5개 등급으로 나눠 A등급을 뺀 나머지 모든 대학의 정원을 강제 감축하는 방식이었다. 일종의 ‘고통분담 시스템’이었다. 2주기에선 모든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진단 제외대학,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구분했다. 자율개선대학은 그대로 두고 역량강화·진단제외·재정지원제한대학(평가 대상의 36%)에 정원 감축을 요구했다.

3주기에선 우선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진행해 부실대학을 솎아낸다(그래픽 참조). 다음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뺀 나머지 대학을 대상으로 일반재정지원 대학을 가려낸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면 각종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미참여 대학’ 그룹으로 분류되며 정부 재정지원에 제한이 걸린다. 평가에 참여했다 탈락한 대학은 ‘미선정 대학’이다. 이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특수목적 재정지원 사업에는 참여 가능하다.
이번 평가의 키워드는 ‘시장 원리’와 ‘지역 협력 강화’다. 교육부는 ‘유지 충원율’ 개념을 도입한다.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이 얼마나 원활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입학 정원 대비 신입생을 얼마나 뽑았고, 들어온 학생이 얼마 그 대학을 다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2주기 평가에선 충원율 관련 점수가 4년제 일반대의 경우 10점, 전문대 8점이었다. 이번 평가에선 20점(100점 만점)으로 대폭 강화됐다.
학생 충원이 어려울 것 같으면 정원을 반납하고 평가라도 잘 받아 정부 재정지원을 받으란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A대학의 경우 정원이 100명인데 학생 충원은 80명만 됐다. 이럴 경우 어차피 등록금 수익은 80명분만 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 평가에선 점수가 깎인다. 만약 A대학이 정원을 80명으로 낮춰 100%를 만들면 해당 평가지표에서 만점을 받게 된다.
결국 지방 4년제나 전문대는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학생 감소는 재정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전임교원 확보나 강사처우 개선 관련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다시 충원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방대에 제시한 선택지는 대략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학생 충원이 유리한 학과로 개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 소규모 대학에도 물리학과나 수학과 같은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가 존재한다. 거점국립대나 연구중심대학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마치 백화점처럼 학과가 개설돼 있다. 이런 학과를 지역 산업수요에 맞는 학과로 개편해 학생을 끌어들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자체나 지역 정치권과 생존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지역별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학과 개편을 하는 대신 지자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대학이 문 닫을 경우 지역에도 상당한 타격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으란 얘기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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