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고리원자력본부장은 국내 에너지 산업을 고사성어 ‘유지경성’에 빗대어 말했다. 중국 후한 광무제의 장수 경엄의 고사에서 유래된 이 말은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본부장의 말처럼 고리원전본부는 다양한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맞물려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국내 원전산업 시초인 고리1호기가 있다. 이 본부장은 “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력 확보와 함께 재생 에너지 등 향후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산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고리1호기 해체는 15년 이상 걸리는 장기사업이다. 2년여 전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는 전력생산 설비는 정지된 상태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냉각설비 등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해체를 위한 기술 항목 58개 중 미확보된 기술은 2년 전 17개에서 현재 13개로 줄었다. 이 본부장은 “오는 2021년까지 모든 기술력을 확보할 예정이며,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고리원전본부장에 취임한 이 본부장을 만나, 고리원전의 운영과 고리1호기 해체, 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올해 1월 고리원전본부장에 취임했는데.
“고리원전은 국내 원자력발전의 역사다.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그 중요성,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난제가 많다. 하지만 안전한 발전소 운영,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투명한 정보공개, 지역사회와의 상생, 고리1호기 해체산업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고리원전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대내외적 어려운 여건에도 직원들과 함께 고리원전본부를 국내 원전의 맏형으로 원전 역사의 중심에서 한수원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점을 둔 경영목표는 무엇인가.
“취임과 함께 정한 경영 슬로건은 ‘안전 고리, 상생 고리, 행복 고리’다. 먼저 안전한 원전 운영은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가치다.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안전한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둘째로 지역과의 유대를 강화해 더 신뢰받는 고리본부를 만들고 있다. 신뢰를 받으려면 투명한 정보공개가 우선이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려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생활하도록 행복한 고리본부를 만드는 것이 경영 목표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과 관련, 고리원전본부의 노력은.
“고리본부는 태양광(5MW) 및 풍력(0.75MW) 발전설비를 운영 중이다. 2017년 준공한 고리태양광 발전소는 고리본부 내 유휴부지(9만㎡)를 활용해 건설됐다. 이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내에 최초로 구축된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고리1호기 해체사업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가.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 후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조에서 5년 이상 보관한다. 따라서 고리1호기는 전력생산에 필요한 설비들만 정지되었을 뿐이고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냉각설비, 전력설비, 공기조화설비, 방사선감시설비 등은 지금 현재도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리1호기 해체는 15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해체계획서 마련 및 허가,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인출, 시설물 본격해체, 부지복원 및 해체완료 등 크게 4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1단계에 해당된다. 정부로부터 해체 승인을 받기 위한 인허가 서류인 최종해체계획서를 준비 중이다. 초안은 거의 완성된 상태로 이는 올해 하반기 공람과정 및 공청회를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을 거쳐 2020년 6월까지 최종본을 완성해 정부에 제출하는 게 목표다. 이와 더불어 오염된 설비의 제염과 절단방법, 폐기물처리방법 등을 포함한 종합설계용역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해체 로드맵에 따라 최종해체계획서의 정부 승인이 목표대로 추진된다면 2022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체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체 기술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처음이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수원은 40년 이상의 원전 설계, 시공,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과거 연구용 원자로 해체와 가동원전에서의 대형기기 교체 경험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의 해체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제염이나 로봇 기술 등 일부 해체 기술은 아직 부족하지만 해체착수 전까지 모두 개발을 완료할 것이다. 2015년 해체기술 평가 시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17개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정부 및 한수원 주도로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 말까지 17개 기술 중 4개 기술을 개발했다. 나머지 미확보로 평가된 13개 기술은 고리1호기 해체착수 전인 2021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해체에 필요한 핵심장비도 11개로 해체사업일정에 맞추어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렇게 개발이 완료된 기술들은 경쟁력을 키워 궁극적으로 해외 해체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지금 추진 중인 원전해체연구소도 향후 해체기술 개발과 전문기업체 육성에 있어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고리원전본부의 운영계획은.
“고리1호기는 지난 40년 국내 원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고리1호기가 있었기에 원자력기술 황무지였던 우리나라가 이제 원자력 기술 자립이 가능해졌다. 최초라는 자부심으로 고리본부를 운영했고 이제 고리1호기가 원전해체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고리본부를 넘어 한수원의 최우선 과제는 원전해체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원전해체 산업의 초석이 될 고리1호기 해체를 계획대로 추진해 고리원전본부가 미래 원자력산업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하고 싶다.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안전문화를 형성하고, 위험관리 예방에 최우선 가치를 둔 발전소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도 포기하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의미다. 유지경성의 자세로 하나 되는 고리원전본부를 만들어 나간다면 지금의 어려운 상황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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