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웅걸(53·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이 17일 사의를 밝혔다. 윤 지검장은 현재 검찰 내에서 가장 오래도록 공안(公安) 분야 수사를 해온 이로 꼽힌다. 그가 검찰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이날은, 검찰이 ‘공안’이란 명칭을 더 쓰지 않기로 입법예고된 다음 날이기도 하다. 윤 지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떠나기로 마음을 먹으니 이제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 지검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에 사직인사를 올렸다. 그는 “이제 꿈같이 아득한 세월이 흐르니 앞서 갔던 선배들처럼 저 또한 검찰을 떠날 차례가 되었다”며 “검사의 인생은 끊임없는 판단과 결정, 그리고 번민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남은 인생 대한민국 검사였음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가겠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검찰은 여러 측면에서 칼에 비유된다”며 “사람을 죽이는 칼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환부만 정확하게 치료하는 명의(名醫)와 같이, 검찰권은 문제부분만 정밀하게 도려내는 방식으로 사회의 병리현상을 치료하는데 행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다녀간 사람들이 “마땅히 받을 만큼의 처벌을 받았다”고 느끼게 해야 하며, 검사의 공명심 때문에 사람들이 증오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후배들을 향한 그의 당부였다.
그는 국회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해온 검찰 내 대표적 인사다. 이날 사직인사에서도 검찰개혁과 관련한 소신을 밝혔다. 윤 지검장은 “두 차례에 걸친 ‘검찰개혁론’을 통해, 검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직접수사 대신 수사지휘에 집중함으로써 ‘팔 없는 머리’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직인사에 정호승 시인의 ‘부드러운 칼’을 덧붙여 소개했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는 구절이 있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윤 지검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창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공안 분야 수사를 시작해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공안 분야의 요직을 거쳤다. 2015년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검 기획조정부장, 제주지검장, 전주지검장으로 일했다. 그는 “‘공안 검사’라는 말도 사라지겠지만, 명칭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규정된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 검사들의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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