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살던 김모(56)씨에게 참변이 생긴 건 지난 1월 9일 자정 무렵. 그는 언제나처럼 신문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섰다. 전주시 효자동의 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에 갑자기 아반떼 승용차가 오토바이를 덮쳤다.
곧바로 오토바이는 튕겨 나가 주차 차량 3대가 파손됐다. 가해자는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김씨는 머리와 턱뼈, 옆구리, 엉치뼈를 심하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다. 뇌수술만 여러 차례 받았다.
달아났던 A씨(22)는 이튿날 경찰에 붙잡혔다. 전역을 앞둔 상근 예비역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하지만 A씨는 군 수사단계로 넘어간 뒤 음주 사실을 부인했다.
A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군사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민간인 신분이 된 A씨는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결국 김씨 가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언론 보도를 접한 검찰은 재수사 끝에 지난 4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사안이 중하고 피해회복에 대한 노력이 없는 점 등이 고려됐다.
검찰은 A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일이 너무 지나 음주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6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김씨는 지난 12일 끝내 눈을 감았다. 그는 14일 가족과 친지들의 오열 속에 한 줌의 재로 변했다.
혼자 살던 김씨는 조카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조카들은 “졸업식 때마다 막내 삼촌이 오셨다. 막내 삼촌은 아빠보다 말이 잘 통하고 조언도 잘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동안 병상을 지켰던 형 태형(59)씨는 “친구처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동생이 세상을 떠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동생의 삶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정작 가해자는 사과 한번 없었고 병원 한번 찾아오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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