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이 무더기로 탈락하자 결국 이명박정부에서 우후죽순 생긴 서울 자사고들이 타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마무리된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은 전국적으로 24곳이었다. 고배를 마신 학교는 11곳인데 이 가운데 서울 지역에 72.7%가 몰렸다.
서울시교육청이 9일 자사고 지위를 인정한 학교는 동성고(종로구) 이화여고(중구) 중동고(강남구) 한가람고(양천구) 하나고(은평구) 등 5곳이다. 나머지 경희고(동대문구) 배재고(강동구) 세화고(서초구) 숭문고(마포구) 신일고(강북구) 이대부고(서대문구) 중앙고(종로구) 한대부고(성동구)는 평가 기준점수 70점을 미달했다. 이들 학교는 청문 및 교육부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인천교육청은 이날 인천포스코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했다고 밝혔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학교는 모두 24곳이다. 서울 지역 13곳, 서울 외 지역 11곳이었다. 서울 외 지역에서 탈락한 학교는 전북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 3곳이다. 서울까지 합치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학교는 모두 11곳인데 4분의 3가량이 서울 지역에 몰려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과거 발언에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가) 서울에서 이명박정부 당시 너무나 급속히 늘어났고 우수 학생이 집중돼 고교가 서열화됐다”며 “이에 따라 입시 경쟁이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심화돼 우리 교육 시스템 전반이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 등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했다. 그래서 문재인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 ‘자사고 일반고 전환’의 타깃이 서울 자사고들이란 해석이 나왔다.
‘자사고 폐지론자’로 분류되는 조 교육감도 “자사고 폐지는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하는 등 유 부총리와 비슷한 인식을 나타냈다. 다만 조 교육감과 다른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수정해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유 부총리와 차이가 있다. 유 부총리는 서울 자사고들을 손보면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가 일정 부분 달성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학교별로 어떤 부분이 탈락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앞으로 평가 점수가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서울교육청은 감사 지적사항 등 감점 항목은 탈락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사고가 자사고답게 운영되지 않는 곳을 떨어뜨렸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탈락 8곳은) 자사고 지정 목적인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비교적 많은 감점을 받았다”며 “자사고 측에서 제기한 감사 관련 감점 항목은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유 부총리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서울교육청이 탈락시킨 자사고들은 대부분 교육부의 동의를 받을 전망이다. 교육부도 떨어질 학교들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이번에 탈락한 8곳 가운데 7곳은 2014년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60점 미만 점수를 받았다. 과거 낙제를 하고도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 판단이 가능하다. 탈락한 숭문고는 지난 10년 동안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단위 선발권이 있는 하나고를 제외하면 서울 자사고 모두 경쟁률이 2대 1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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