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 평가 결과를 9일 공개키로 하면서 자사고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서울의 올해 평가 대상 자사고 3분의 1 혹은 4분의 1이 탈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자사고 폐지 찬반 진영의 여론전도 가열 양상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하나고의 탈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법적 분쟁과 교육 현장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는 9일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다. 올해 평가 대상은 경희 동성 배재 세화 숭문 신일 중동 중앙 하나 한가람 한대부고 이대부고 이화여고이다. 인천교육청의 인천포스코고 평가 결과 발표도 같은 날 예정돼 있다. 자사고 14곳의 ‘운명의 날’이다.
서울 자사고들은 최종 평가보고서가 교육청에 제출돼 있고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평가결과 심의와 조희연 교육감 결재가 남은 상황이다. 서울·인천 지역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점은 70점이다. 서울교육청은 고교서열화를 우려해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평가위원에 이은 평가점수 비공개로 ‘깜깜이 행정’이란 비난을 받더라도 ‘상산고 0.39점 논란’같은 후폭풍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학교는 은평구에 있는 하나고다. 상산고·민족사관고 같은 전국단위 자사고로 매년 50~60명을 서울대에 보내는 ‘전국구 입시명문’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선 하나고 탈락 가능성을 높게 내다본다. 서울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하나고는 기관주의 1건, 기관경고 3건, 교직원 징계 16건, 교직원 주의와 경고 각각 15건과 17건을 받았다. 감사 지적 사항은 재지정 평가에서 감점 요소로 작용하며 하나고는 12점가량 감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사설 입시기관 관계자는 “(하나고는) 이미 탈락을 염두에 두고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2015년 하나고 입시부정 사태 등이 평가에 영향을 끼쳤다면 당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부분을 두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와 수사 결과가 법정에서 맞붙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얘기다. 다른 서울 지역 자사고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감사 결과와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중도탈락률 등이 주요 변수다.
인천포스코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굳이 지역에서 선호도 높은 학교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이 같은 광양제철고는 이미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서울·인천의 결과가 공개되면 올해 24곳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마무리되며 교육부로 공이 넘어간다. 현재 자사고 10곳 평가 결과가 나왔고 상산고 안산동산고 해운대고 3곳만 낙제점을 받아 교육부 동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 교육 단체 50개는 8일을 자사고 폐지 집중행동의 날로 정하고 여론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반면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은 단 한 곳이라도 탈락하면 전체가 연대하기로 했다. 학부모뿐 아니라 동문회, 일부 학생도 폐지 반대 운동에 나섰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같은 보수성향 단체들도 자사고 측과 연대하기로 했다.
이도경 박구인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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