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5일로 3일째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집회에서는 여러 명의 행정실무사, 급식조리사 등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했고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보도를 접한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자기 학교 행정실무사의 발언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반론 형식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학교는 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교감 이 대표로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기고] 어느 행정실무사의 아전인수격 기자회견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학교 현장은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파업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합리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외침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일이다. 더 나아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들의 기자회견과 파업의 이유를 들으며 공감보다 황당함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기자회견장에 나온 한 노조원의 아전인수식 갑질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을 언론으로 접하면서 ‘을의 횡포’를 떠올렸다면 과장일까? 본교는 침묵으로 이 일을 덮을 수도 있었으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리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되어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의 글을 싣는다. 그의 말대로 그는 진정 갑질의 피해자인가?
먼저 “교무부장이 술 약속만 있으면 태우러 오라고 한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실무사(노조원)의 이 말은 기본적인 인간 관계와 신뢰를 깨는 비이성적 발언이다. 6년 전 이 실무사가 채용되면서 3년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교무부장은 전체회식이나 행사 등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면 누구보다도 먼저 함께 하자고 실무사에 말을 건넸다. 또 가끔 식사도 대접하고, 고향에서 농사 지은 것이 있으면 그 실무사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명절이 되면 작은 선물이라도 건네며 가족들의 안부도 물어주며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런 인간적인 정도 있고 집도 가까워 교무부장은 회식 자리가 예정되어 있으면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실무사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지금까지 총 서너 차례 부탁을 했다. 그것도 그의 주장처럼 집앞으로 오라고 한 것이 아니라 가는 길에서 좀 태우고 가라고 한 것이었다. 이걸 가지고 갑질, 계급사회, 비서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이 일이 교무부장은 정규직, 권력자이고 실무사는 비정규직이어서 생긴 일이란 말인가? 이 교무부장의 행동이 실무사를 비서로 생각하고 막 부려먹은 갑질 행태란 말인가?
또 “대학 나와서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이런 식의 발언도 스스럼없이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발언은 동료들이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무시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실무사가 대학을 나온 사실조차도 대부분의 교직원들은 모르고 있으며, 오히려 그의 업무 능력을 칭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그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이고 몇 명이나 되는 지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싶다.
다음으로 “정규직이 하지 않는 온갖 잡무, 심부름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실무사는 학교 행정업무 보조가 본업이어서 여러 부서의 일을 도와주는 것은 기본 업무다. 교과, 부서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시키고 싶어도 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실무사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을 요청한다. 이것을 정규직이 하지 않는 잡무라고 표현하여 마치 하기 싫은 일만 골라서 자신에게 시켰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현실 파악이 무딘 소치다. 그가 심부름 운운했는데, 그는 자기가 쓰는 교무실이 아무리 더러워도 빗자루 한 번 들지 않았다. 티스푼 담긴 물컵이 아무리 썩어가도 물 한번 갈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그런 걸 요구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무슨 잡무를 그리 시키고 무슨 심부름을 그리 많이 시켰단 말인가? 그는 동료를 위해서, 자기 직장을 위해서 스스로 무엇을 노력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교직원 야유회가 있으면 당일, 교감이 교무실 지킬 한 명이 필요한데, 너가 가고 싶다면 내가 남아야지 라며 나를 콕 집어 말해 너무 서러웠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서 그의 뻔뻔함에 실망을 넘어 배신의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생님들은 그를 부를 때 호칭도 실무사님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학교 교직원 대부분이 가입한 친목회에도 가입하지 않고 동료들과의 소통에도 아주 소극적인 그가 혹시라도 소외감과 차별을 느낄까봐 교직원 야유회, 회식이 있으면 그에게 먼저 함께 갈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함께 가자고 권유했다. 그때마다 그는 학교에 남아서 학교를 지키겠다고 하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교직원 야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 학교를 지키는 것도 혼자 지키라고 한 적이 없고 야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직원이 학교에서 함께 근무를 하도록 했었다. 본인이 피하고 본인이 스스로 자기를 가두어 서러웠던 자기 생활, 불통과 소외의 책임을 왜 동료의 탓으로 돌리는가?
올 초 휴직계를 내고 노조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는 그를 떠나보내며, 그가 말하는 갑질 교무부장은 부서 회식 자리에 그를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며 떠나는 그를 무척 아쉬워 했다. 교장 선생님은 그의 노조 활동이 비정규적의 권익 향상과 정의 실현에 밀알이 되라고 격려하며 떠나 보냈다. 지금 교무부장과 교장 선생님, 그리고 옛 동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경기도 ○○중학교 교감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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