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예고했던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각급 학교에서는 기존 급식이 중단되고, 빵과 우유 등 대체식이 제공됐고 돌봄교실 운영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우려했던 대란까지는 아니었지만 혼란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혼란은 되풀이 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의 근본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고용안정에만 방점을 찍은 채 서둘러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정부와 고용안정뿐 아니라 처우개선까지 한꺼번에 요구하는 노조의 합작품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일단 이번 사태는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건 문재인정부에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해 비정규직을 뽑았지만, 이를 방치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선 영어몰입교육 정책으로 영어 강사가 대거 학교에 들어왔다. 박근혜정부 초기엔 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단시간 용역과 여성 비정규직이 대거 고용됐다. 이밖에도 교과교실제 강사, 다문화 강사, 전문 상담사 등이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문재인정부는 출범후 곧바로 공공부문 고용노동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 20만5000명에 대해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4만여명(77%)을 정규직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노동계가 이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여전하다. 정부는 고용안정성에 무게를 두면서 임금 인상 등 처우개선은 국민부담 등을 고려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고용안정과 차별 및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번에도 정부와 노동는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협상에서 기본급 6.24% 인상, 각종 수당의 정규직과 차별해소 등을 요구했으나 교육당국의 기본급 1.8% 인상안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정부와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2년 전 정부와 민주노총 공방의 복사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노조가 요구하는) 처우개선은 국민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전환과정에서 식비·복지포인트·명절상여금 등 복리후생적 금품은 우선 지급토록 해 월 20만원 이상 인상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무기계약직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이란 점에서 고용은 안정됐지만 처우는 비정규직 수준”이라며 “기본급은 다른 공공부문과 비교해도 저임금이며 복지나 수당은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고 반발했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14만명 중 75~80%가량이 무늬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라고도 했다. 또 학교 비정규직 평균급여가 9급 공무원의 64%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영어·체육강사, 상담사 등은 무기계약직 전환조차 되지 않아 향후 더 큰 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2년 전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유치원 돌봄교실‧방과후과정 강사 등 일부를 제외한 기간제 교사 및 강사 등의 정규직 전환은 제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의 특징은 여성 40~50대가 주류라는 점”이라며 “고학력이 많기에 일반 교사와 처우를 계속 비교하는 등 불만을 가지고 있다. 노조도 통일성을 지향해 전체적으로 9급 공무원 수준으로 처우를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 마련 없이 ‘폭탄돌리기’만 할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시·도 교육청은 예산상 한계를 이유로, 교육부는 교육감 의지가 관건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교육청은 교육부가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한 ‘총액인건비’ 때문에 임금을 많이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청 예산에 지자체 전입금도 포함된 만큼 교육감 의지에 따라 인건비는 늘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이번 파업에서도 처우개선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파업기간인 5일까지 사흘간 당국과 노조간 추가 교섭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파업 도중에는 현실적으로 추가교섭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비연대 관계자도 “아직 교섭 제안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 및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총파업이 발생한 이날 고용부는 파업참가 인원 현황 한 장만 참고자료로 내 놓았다. 이재갑 장관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의 주요 일정에서도 파업관련 일정은 단 하나도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관계부처는 공조체계를 마련하고, 노·사협의를 지속하는 등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모규엽 이도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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