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고려인 ‘콘스탄틴 츠카이’로 신분세탁…공개된 ‘마지막 행적’

Է:2019-07-03 09:41
:2019-07-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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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행적 등이 공개됐다. 그는 9년 가까이 에콰도르에 머물며 철저히 신분을 숨기고 장례까지 가명으로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는 에콰도르 과야킬 관할등기소를 통해 발급받은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진단서를 2일 공개했다. 아울러 화장시설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정 전 회장이 신분을 세탁한 뒤 다른 사람으로 9년간 생활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 에콰도르로 이동할 당시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위조 여권을 이용했다. 이름은 콘스탄틴 츠카이다. 고려인들은 ‘최’를 ‘츠카이’로 부른다. 지난해 12월 장례절차와 화장도 위조된 여권의 가명으로 진행됐다. 나이는 89세로 실제 나이보다 6살 적다.


5년간 에콰도르 국립병원에서 통원 및 입원 치료를 받은 정 전 회장은 숨을 쉬지 못하는 증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망진단서에 명시된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병원 이송 12시간 만에 응급실로 옮겨진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오전 9시20분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정 전 회장의 사망원인은 부정맥, 대사 산 과다증, 만성 신부전증이다.

정 전 회장의 아들 한근(54)씨는 그곳에서 ‘류 센 헨리’라는 이름으로 생활해왔다. 화장시설 관계자는 채널A에 “류 센 헨리를 안다. 내가 그를 도왔다”며 “병원을 찾아가 병실 앞에서 어떤 장례절차를 원하는지 들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정 전 회장이 한근씨와 간병인, 가족과 함께 생일파티를 하며 찍은 기념사진을 입수해 공개했다. 사진 속 한근씨는 아버지 정 전 회장을 중심으로 20~30대로 추정되는 현지 여성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다.

배경엔 영어로 ‘Happy Birthday’라는 뜻의 스페인어 ‘FELIZ CUMPLEANOS’ 글자가 장식돼 있다. 정 전 회장 앞엔 ‘89’ 모양의 초를 꽂은 케이크가 놓여있다. 이 사진은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이 에콰도르에서는 89세 고려인으로 행세하며 생활해왔음을 보여준다. 당시 정 전 회장의 실제 나이는 95세였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부터 키르기스스탄에 머물렀지만 2009년 수사 당국이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자 2010년 7월 에콰도르로 도피했다. 고려인 1만7000여명이 거주하는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접경지역인 탓에 한국어를 쓰는 게 비교적 자연스럽고 한국인 외모도 눈에 띄지 않아 신분 세탁에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전 회장은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 대출, 정경유착 등 한국경제의 치부가 드러난 이른바 ‘한보사태’의 장본인이다. 살아있다면 올해 96세다. 정 전 회장은 국세청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며 20여년간 전국 각지의 땅을 사들인 뒤 1974년 한보상사를 설립했다. 1976년 한보주택을 세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은마아파트를 건설‧분양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후 1980년 한보철강을 설립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의 발단이 된 이른바 한보사태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 전 회장은 한보그룹 부도 후 1997년 9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이후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학교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기소돼 2006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건강 악화와 피해변제를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했다. 그는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07년 “일본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출국금지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곧바로 출국했다.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인 한근씨는 지난달 해외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정근씨는 “아버지가 1년 전쯤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초 한근씨의 진술만으로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해 최근 위조 여권의 이름과 사망증명서의 이름이 동일한 것을 확인했으며 정 전 회장의 병력과 한근씨의 에콰도르 방문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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