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고(故) 강모(49) 집배원의 사인은 뇌출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집배원이 연이어 과로로 숨지고 있음에도 우정사업본부가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우정노조는 20일 오후 3시30분 강 집배원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강 집배원의 사망원인이 스트레스와 장기간 노동에 따른 뇌출혈, 즉 과로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의 조사 결과 집배원 사망 원인은 암, 뇌·심혈관계 질환, 교통사고 순”이라며 “고인의 사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은 장시간 중노동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이는 강 집배원이 생전에 담당한 배달구역이 ‘겸배(집배원 결원 시 동료 집배원이 배달 몫을 나눠 담당)’가 일상화 된 지역이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근무지인 당진에서 본가인 대전까지 일주일에 한번조차 제대로 가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 집배원이 숨지기 전 동료 집배원이 장기간 병가를 낸 상황이어서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이동호 전국우정노조 위원장은 “고인이 담당했던 배달구역은 겸배가 일상화 됐던 곳인데, 겸배 근무는 집배원을 사지로 몰아 넣는다”며 “집배원들은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못한다. 정말 많이 아파서 병가를 내면 그 구역을 동료 집배원으로 채워 과로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강 집배원의 아내 역시 “우리 부부는 흔히 말하는 주말부부인데 사실 2~3달에 한번 볼 정도였다”며 “당진에서 대전까지는 1시간 남짓 거리에 불과하지만, 남편은 생전에 ‘잠을 5분이라도 더 자고싶다. 잠을 자야 한주를 잘 보낼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남편과 같은 사망자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며 “남편은 이렇게 떠났지만 집배원들이 기쁘게 직업을 자랑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인력증원과 주5일제를 보장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우정사업본부가 재정적 문제를 이유로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상반기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9명의 집배원이 과로 등으로 숨졌다.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여전히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집배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려면 인력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노사가 합의한 사항으로서 최소한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지켜달라는 정당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정노조는 오는 24일 투표를 거쳐 찬반결과에 따라 다음달 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집배원의 간절한 외침을 계속해서 저버린다면 우정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7월9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회적 혼란과 물류대란은 전적으로 우정사업본부와 정부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우정 종사자는 어느 직종보다 순직자가 많다. 지난해에만 25명, 올해도 벌써 10명”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적자만 탓하지 말고 하루 빨리 인력을 충원해 집배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전=글·사진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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