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코미디언 출신 정치 신인이 현직 대통령을 큰 표차로 누르고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후보는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득표율 73.2%를 획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상대 후보인 페트로 포로셴코(52) 현 대통령은 득표율 25.3%에 그쳤다. 젤렌스키 후보는 출구조사가 나온 뒤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발표하며 승리를 선포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우크라이나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2015년부터 방영된 TV 드라마 ‘국민의 종복(Servant of the People)’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을 맡았다. 그는 극중에서 부패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다가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는 역사교사를 연기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재벌과 부패한 정치인을 척결하는 스토리가 이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젤렌스키 후보가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권자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와 같은 대외 문제보다 빈곤과 부패 등 국내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빈곤율이 30%에 달하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다. 한 우크라이나 시민은 “지금 이 월급으로 살아갈 수 없다.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우크라이나를 원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문제는 젤렌스키 후보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5년간 지속되고 있는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의 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는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담판 협상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젤렌스키는 외교 경험이 없고 푸틴은 굉장히 위험한 적수”라며 “(젤렌스키에게)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친서방 노선을 표방하는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나토 가입의 경우 국민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젤렌스키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반(反)정부 성향 금융 재벌인 이고르 콜로모이스가 막후에서 대통령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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