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테크건설과 조선내화는 주식시장에서 알 사람만 아는 회사다. 공개된 정보만 놓고 보자면 투자 매력도 떨어진다.
이테크건설의 경우 지난해 경영실적만 놓고 보면 투자자들이 관심을 줄 만한 게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22% 감소한 1130억2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 중 영업이익 기준 상위 10개사이기는 하지만 20%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조선내화는 상장사 중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기는 최하위 등급이다.
그런 두 기업은 11일 오전 10시 현재 나란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이테크건설은 장 시작과 함께 4.31%로 상승, 출발했다. 오전 10시 현재 전일보다 1.19%(1100원) 상승한 9만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선내화 역시 같은 시간 9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 대비 0.44% 올랐다.
다소 ‘뜬금’없는 두 회사의 상승에는 이유가 있다.
이테크건설이라는 낯선 기업이 대중에게 알려진 건 지난 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다. 청문회에서 야당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배우자 보유 재산의 83%에 해당하는 35억4800만원 상당이 주식인 것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중 절반 정도가 바로 이테크건설이라는 회사의 주식이었다.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모 변호사는 이테크건설 1만7000주(15억5890만원)를 보유 중이고 이 후보자는 본인 명의로 같은 회사 주식 2040주(1억8706만원)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플랜트를 전문으로 하는 OCI그룹 계열의 건설사다.
1982년 영창건설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시작해 이듬해 동양화학그룹에 편입됐고 99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플랜트, 화학플랜트, 산업플랜트, 바이오제약, 환경은 물론 최근엔 열병합·화력, 신재생·ESCO 등 발전분야와 건축·주택, 토목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적은 꾸준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하다 2014년 딱 한 번 해외사업 적자로 배당을 못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다시 주당 500원씩 배당했고 2017년부터는 주당 750원씩으로 배당금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주당 10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이테크건설이 배당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테크건설은 인사청문회 이후 개미 투자자들에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인식됐다. 실제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선 이테크건설이 삼광글라스와 함께 비상장회사인 군장에너지에 대한 지분을 각각 47%와 25%씩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언론에 군장에너지가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 이미 이 후보자 부부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익명의 증권 전문가는 “이 후보자가 여전히 이테크건설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미투자자들은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내화는 나흘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 지난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다. 주말을 뺀 직전 사흘간 주식시장에서 조선내화는 8만2300~8만2900원 사이를 오갔던 것이 8일 한때 10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는 1947년 창업해 제철, 제강, 시멘트로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었고 최근 발전설비, 석유화학, 비철금속, 소각설비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것보다 조선내화 주식이 호조세를 보이는 데는 한진그룹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진그룹계열사인 한진 주식을 4.85% 갖고 있다. 여기에 한진칼과 지분대결을 벌이고 있는 강성부펀드(KCGI펀드)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강성부펀드가 지난달 29일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과의 경영권 대결에서 완패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조 회장의 오른팔 격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모든 안건이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
강성부펀드는 주총에서 완패한 뒤 조 회장이 별세한 날에도 한진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강성부펀드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지난달 열린 올해 정기주주총회 날 13.05%에서 현재 13.47%로 열흘 새 0.42%포인트 증가했다.
조선내화도 한진칼 주총에 참석한 뒤 직접 들고 있던 한진 주식 53만1675주(4.44%)를 매도하고 18만2697주(1.53%)만 남겨뒀다. 펀드를 통해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을 우회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신 한진칼을 비롯해 강성부펀드가 보유한 주가가 급등하면 주식매각으로 인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진칼 역시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조선내화의 최하위 등급에 상관없이 신뢰를 보내는 이유다. 올 주주총회에서 조선내화는 주당배당액 4000원을 지급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배당을 안겨줬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