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 대한 과징금 등 형벌적 제재가 타 산업에 비해 높고 사후적 행정제재에 치우쳐 있어 항공안전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는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석기, 박덕흠(이상 자유한국당), 윤영일(민주평화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하는 ‘항공안전 행정제재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김 의원은 개회사에서 “선진국들이 사전 예방을 통한 항공안전 증진에 주력하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사후적 행정제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행정소송 등 항공사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사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항공안전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기존 정책을 개선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위 간사이자 지난해 5월 예방형 안전관리체계 내실화를 위한 항공안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덕흠 의원은 항공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이 기존 ‘사후적 규제’에서 ‘사전적 예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과징금 등 현행 행정제재 효과와 적정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개선해 항공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인 윤영일 의원은 2014년 항공사에 대한 과징금이 대폭 상향됐음에도 그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공유해 바람직한 행정제재 수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주제 발표에서는 국내 타 운송업계 행정제재에 비해 항공안전 위반행위에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고 있으며 해외 주요국 과징금 규모와 비교해도 최소 10배 이상 초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반행위와 행정제재 간 불균형을 개소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위험성 및 기업 규모 등 요소를 단계적으로 세분화해 비례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 비교대상으로 거론됐다. 청문절차를 마련하고 고액 과징금은 사법절차를 적용하는 등 위반행위자의 방어권 및 적법절차원칙 보장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통한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행정지도 등 세분화되고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 업계, 학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 구성을 통해 정책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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