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매체 ‘디스패치’가 빅뱅 승리가 운영에 관여했던 클럽 ‘버닝썬’ 전‧현직 직원들이 나눈 대화와 내부 조직도 등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승리는 홍보만 했을 뿐 직접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개된 조직도 등에 따르면 승리는 버닝썬의 실질적인 대표였으며 그의 어머니도 감사로 등재돼 회계 업무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디스패치가 2일 공개한 ‘버닝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이성현과 이문호, 사내이사는 강모씨와 승리 본인인 이승현이다. 감사는 강모씨과 김건호다. 이성현 대표는 ‘르메르디앙’ 호텔 이사이며 ‘버닝썬’은 이 호텔 지하에 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들은 모두 승리의 지인이다.
이문호 대표는 승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경제 공동체다. 승리가 운영하는 사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승리의 어머니 강씨는 감사로 클럽의 업무 및 회계 등에 대한 정확성을 평가하고 조사한다.
디스패치가 공개한 내부조직엔 대표님, 사장님, 아시님, VIP인포 등이 나열돼 있다. 버닝썬 폭행 사건 중심에 있던 장모이사는 파티팀을 운영하는 리더다. 그 아래 여러 명의 MD, 이른바 머천다이저를 두고 있다. MD들은 여자 손님을 부르면 클럽에서 1명당 2000~5000원씩 받는다. 남자 손님의 경우 술값의 15~20정도를 챙긴다. 클럽의 수입은 이들의 손에 달렸다. 그들의 영업실적이 곧 클럽의 매출이어서 MD들은 더 많은 여성을 유치한다.
디스패치는 전‧현직 MD들의 증언을 토대로 ‘단체카카오톡’(이하 단톡)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공개했다. 공개된 단톡 내용을 살펴보면 한 MD가 VIP룸에서 “물게 찾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다른 MD가 “찾고 있다”고 회신한다. 여기서 말하는 ‘물게’는 물 좋은 여성 게스트를 줄인 말로 클럽에서 사용되는 은어다. MD들은 ‘물게’를 VIP룸 데려가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이곳에선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또 다른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MD가 “그냥 정신없는 애 구함”이라고 하자 또 다른 MD까 “ㄱㅂㅇ 구해볼게”라고 답한다. 여기서 ‘ㄱㅂㅇ’은 골뱅이를 뜻하는 것으로 술에 만취한 여성을 뜻하는 은어다. MD는 또 “홈런 치게 도와줘”라고 말한다. 여기서 홈런을 친다는 뜻은 여성과 성관계를 의미한다.
게스트 및 픽업, 이른바 부킹을 담당한 A이사는 “지금 룸 봐라. ㅅㅅ(성관계) 중”이라고 했다. 이에 MD는 “그게 어떻게 보여요”라고 답했고 또 다른 MD는 “와~ 진짜네”라고 감탄한다. 디스패치는 VIP룸에서 일어난 성관계 영상도 확인했으며 이 영상을 클럽 관계자들끼리 몰래 찍어 돌려본다고 설명했다.
클럽 관계자는 디스패치에 “VIP가 홈런을 치면 다시 찾을 확률이 커진다”면서 “그래서 일부 MD들은 ‘물뽕’을 몰래 주기도 한다. 여성 게스트들이 순간 의식을 잃을 수 있으니까.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임직원들은 승리를 대표로 불렀으며 임직원을 포함한 운영진들은 성범죄 위험성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매체에 “클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톡방에 다 있다”며 “그들은 다 알고 있다. 단톡방에서 지시를 내리고 단톡방에서 보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수많은 대화방과 연결돼 클럽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도촬(도둑촬영)까지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게스트의 사진을 공유하고 외모와 몸매에 대해 성희롱에 가까운 품평한다고 주장했다. 한 MD가 “여자 뻗었다”고 보고하자 이사가 “치마 올라갔다”고 답한다. 또 다른 MD가 “몸매는 좋은데 얼굴이 X았다”고 평가하자 다른 이사가 “난 상급 아니면 취급 안 한다”는 농담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만취한 여성을 내보내라거나 자신이 작업하려던 여성 게스트를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가드에게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픽업, 이른바 부킹을 거절한 여성 게스트를 폭행했다는 내용도 단톡방에 공유됐다.
버닝썬 논란은 지난달 온라인에 김모(29)씨가 ‘버닝썬’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김씨는 “11월24일 클럽 이사와 보안요원 직원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까지 나를 가해자로 입건하고 집단 폭행하더라”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28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되면서 해당 클럽이 ‘버닝썬’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행 사건이 보도된 후 일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강제로 마약류의 하나인 ‘물뽕’을 흡입하게 한 뒤 성폭행을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폭행 사건이 알려진 지 6일 만인 2일 버닝썬의 대표로 알려진 승리가 해명과 사과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승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내 역할이 아니었다”며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썼다.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이슈가 요즘은 마약이나 약물 관련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 승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직접 보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하고 죄가 있다면 엄중한 처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시 사내 이사를 맡고 있었던 저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앞서 승리와 그의 어머니 강씨는 폭행 사건이 보도되기 나흘 전 이사직과 감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3~4월에 입대할 예정인 만큼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사임했다”고 해명했지만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사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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