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대명절인 설날을 맞이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백두혈통’은 무엇을 하면서 지낼까. 김 위원장이 선대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일가 식구들과 함께 차례를 지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고위층 출신 탈북민 A씨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백두혈통 일가는 설날 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비공개로 참배하는 것으로 안다”며 “일가끼리 모여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명절을 맞이해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 등 백두혈통 일가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을 추모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 일가도 설날 명절은 일반 주민들처럼 일가들이 함께 모여 선대에 대한 추모의 예를 갖추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최고의 국가적 명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이지만 설날도 의미 있게 보낸다. 북한은 과거 정권 수립 이후 봉건적인 전통문화를 혁파한다며 설날 등 명절을 없앴다가 복원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음력 설날 명절을 크게 쉬라는 지시를 내린 후인 2003년부터는 3일 연휴를 쉰다고 알려졌다. 특히 설날과 최고 기념일인 광명성절이 겹치는 해엔 더 성대한 분위기 속에 연휴를 보낸다. 지난해 공교롭게도 설날과 광명성절이 겹쳤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식용유 1병과 천으로 만든 신발 1켤레를 보급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960년대 북한에서 복고주의를 타도하자면서 설날이나 추석 같은 전통 명절을 없애려 했고, 실제로 한동안 사라졌었다”며 “그래도 당국의 통제를 피해 명절 음식을 해먹는 문화 같은 건 유지되면서 이어지다가 2003년부터는 설날이 완전히 살아난 거 같다”고 설명했다.
당이나 내각, 군의 고위급 간부들은 설날 연휴에도 일하는 기관들을 격려 방문한다. A씨는 “고위 간부들은 설날에도 일하는 평양화력발전소 같은 곳들을 방문해 격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격려도 하고, 명절 선물도 돌린다. 예컨대 박봉주 내각총리 같은 경우 올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철도, 화학공업 등과 관련된 사업소를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한의 정치인들이 기차역이나 전통시장 등에서 일반 시민들을 만나고, 군부대를 위문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또 당이나 군의 중간급 간부들은 술과 같은 선물을 준비해 이른 아침 자신의 상관을 찾아 세배를 한다. 세배를 받은 사람은 답례로 술 한 잔과 함께 중국 돈 100위안 정도의 세뱃돈도 준다. A씨는 “중간급 간부들은 본인의 상관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데 일종의 아첨”이라며 “남한은 부모를 먼저 찾아가는데 북한은 특이한 게 상관을 먼저 찾아간다”고 말했다.

보통의 북한 주민들은 설 연휴에 쉬면서 국수나 떡국 같은 것을 해 먹는다.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옥류관’ 같은 고급 식당을 찾아 평양냉면을 먹기도 한다. 다만 멀리 있는 고향을 찾아 떠나는 귀성 행렬 등 ‘민족 대이동’은 없다. 김 교수는 “가까운 거리나 같은 지역에 부모나 친척이 있다면 찾아가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일반 주민이 귀향을 하고 싶어도 먼 거리를 쉽게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일가 친척들이 만나면 남한처럼 식사도 하고, 가벼운 놀이도 즐긴다. ‘죽패를 놓는다’며 서양 카드(트럼프 카드) 놀이도 한다. 북한에서 화투는 퇴폐적이고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해 금지돼 있다. A씨는 “화투도 몰래 들여와서 다들 한다”며 “어른들은 윷놀이를 하고, 아이들은 꽁꽁 언 얼음에서 스케이트나 썰매를 탄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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