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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세 모녀’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인천본부세관은 27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35) 대한항공 전 전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세관은 또 이들의 개인물품을 대한항공 회사물품으로 위장해 밀수입하고 국내로 운반한 대한항공 직원 A(56)씨와 해외지점 등에서 밀수입 지시, 업무연락 등 물품을 전달한 직원 B씨(38·여)도 검찰에 송치했다.
세 모녀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9년동안 260차례 걸쳐 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의 해외 명품 1061점을 대한항공 회사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차례에 걸쳐 가구, 욕조 등 시가 5억7000만원 상당의 물품 132점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수입자를 대한항공 명의로 허위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외에서 구매한 에르메스 쇼파, 탁자 등을 국내로 수입하면서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를 세 모녀가 아닌 대한항공으로 가짜 신고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 B씨는 대한항공 편으로 배송되는 현황을 A씨와 공유해 해당 물품이 국내 반입되면 이를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전달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개인물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대한항공 회사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 밀수입이 가능하도록 협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본부세관은 이날 오후 2시 한진그룹 세모녀에 대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보통 해외물품은 세관에 수입 신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들 세 모녀는 구매했던 물품들이 대한항공기를 통해 반입돼 수입 신고 절차없이 밀수 행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창민 인천세관 조사6관실 조사계장은 “회사 물품인 것처럼 속여 반입했기 때문에 세관에 적발되지 않았다”면서 “밀수입과 관련해서는 인천국제공항 외에는 다른 공항으로 밀수입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밀수품 가운데 가장 고가의 제품으로는 이명희 이사장이 에르메스 쇼파 3200만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명품가방 1600만원을 밀수입했으며, 조현민 전 부사장은 명품 브랜드인 ‘부쉐론’ 명품반지 1200만원, 팔지 600만원 등 2000만원 상당의 고가의 명품 귀금속을 밀수입했다”고 밝혔다.
구매 방법으로는 “이명희 이사장은 비서실을 통해 해외 지점장들에게 시장조사를 지시하고, 이를 다시 보고받아 구매 지시가 떨어지면 해외지점장이 구매, 대한항공편으로 국내로 반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인터넷에서 구매해 배송지를 해외 지점에서 대한항공 수화물 운영팀에서 전달해 밀수입했으며 조현민 전 부사장은 프랑스로 출장갔다가 명품 귀금속을 구매, 같은 방법으로 밀수입했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가 제기되고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이들 세 모녀가 컴퓨터 및 휴대폰 등이 교체된 부분을 확인해 증거인멸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해외서 과일·그릇·물감 등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의류·가방·신발 등을 밀수입했다. 또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은 해외에서 반지, 팔찌 등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했다.
세관은 올해 4월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 항공기와 소속 직원을 동원해 해외 명품 등을 밀수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면세점 구매실적, 수입실적 등을 압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세관은 전담팀까지 꾸려 총수 일가의 자택 등 압수수색 5회, 관련자 소환조사 98명(120회), 출국금지, 국제공조 등을 통해 총 260건의 밀수입과 30건의 허위신고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관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 조현민 전 전무에게는 밀수입 혐의를 적용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이사장에게는 허위신고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인천세관은 이들이 세관 직원들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을 벌여 대한항공 회사 물품 반입시 검사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세관 직원 등을 징계 처분했다. 세관 직원의 봐주기만 없었어도 9년간 눈속임 밀수행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적 항공기가 밀수의 통로가 됐다는 것이 세관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엄정한 법적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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