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미플루를 복약한 여중생이 환청에 시달리다 21일 추락사한 가운데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복약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먹어도 된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일단 이상증세의 원인이 타미플루 부작용인지, 독감 합병증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환자가 소아·청소년의 경우라면 보호자가 이상행동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기를 당부했다.
타미플루는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사가 개발한 입으로 먹는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전염력을 낮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가 타미플루의 조류독감치료 효과를 확인한 뒤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로슈사는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 52곳에서 복제약 163개를 출시했다.

“독감 합병증일 수도”… 타미플루 부작용 속단 경계
의료계 전문가들은 타미플루에 대한 공포감 확산을 경계했다. 이상증세가 타미플루 부작용인지, 독감 합병증인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섣부르게 복약을 중단했다가는 합병증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6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독감 자체도 신경 증상을 많이 일으킨다”며 “뇌염이나 뇌수막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합병증으로 환각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경 이상 증세가 타미플루와 연관돼 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 신종인플루엔자(H1N1)가 상륙한 것은 2009년 5월이다. 이후 타미플루가 대중화됐다. 환각·환청 등의 이상증세는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일본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이 기간 동안 일본 청소년 10여 명이 이상증세를 보였고 이들 중 일부가 사망했다.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이상증세가 타미플루와 연관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 나지 않았다.
이날 이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해 “2005년부터 일본에서 타미플루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독감에 걸린 후 타미플루를 복용한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을 비교해보니 (이상증세를 겪은) 빈도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증세의 원인을 타미플루 부작용 때문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앞서 24일 YTN에 출연해 “타미플루는 독감 바이러스가 증식하거나 또 다른 세포로 퍼지는 것을 막아 독감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치료제”라며 “부작용으로 아주 드물게 환각이나 자살 충동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우려돼 치료 중단?… 괜찮으니 복용해라”
의료계 전문가들은 타미플루의 경우 독감 바이러스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므로 합병증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재갑 교수는 “타미플루를 복약해도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타미플루가 독감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켜 합병증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타미플루로 독감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들이 부작용을 우려해 복약 중단을 고민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인플루엔자 환자상태에 따라서 (용량 등을) 고민해야 되지만 반드시 복용하도록 권장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혹시나 자녀가 환각 증상을 호소하는지 부모가 잘 돌봐야 한다”며 “약국 역시 복약 지도를 잘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인플루엔자 억제를 위해선 타미플루를 5일 동안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며 “증상이 좋아졌다고 중단한다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기간을 지키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심경원 교수는 “타미플루는 생후 2주부터 처방할 수 있다. 타미플루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며 “영유아, 임산부처럼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합병증 우려가 큰 만큼 복약을 더 강하게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찬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SBS와의 인터뷰에서 “소아의 경우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크므로 진단을 받았다면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게 좋고 복용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소아는 성인에 비해 고열로 인한 경련 등 신경학적 이상반응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타미플루 복용 초기 보호자가 면밀히 살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타미플루 복용 후 적어도 이틀 동안은 소아·청소년을 혼자 두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타미플루와의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약을 먹은 소아·청소년 환자에게서 이상행동 등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자는 적어도 이틀은 타미플루를 복용한 소아·청소년을 혼자 두지 않도록 하고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길 바란다”며 “복용하는 동안 이상징후가 있다면 즉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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