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족이 모두 일본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외국인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다 비슷합니다. 주인분이 직접 카운터를 보면 가게에서 도로 나옵니다.”
일본인 부인과 경기도 안성에 터를 잡았다는 A씨(33)는 “주인이 직접 계산하는 식당에는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게 된 계기로 ‘외국인 바가지’를 들었습니다.
A씨는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이 산다는 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1년 간 안성에서만 7번의 ‘외국인 바가지’를 겪었습니다. A씨의 가족이 1만7000원어치를 먹으면 3만원을, 2만원만큼 먹으면 4만원을 요구하는 식이었습니다.
A씨는 일본어에 능통할 뿐 한국인입니다. A씨는 주인들이 바가지를 씌우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중인 딸 앞에서 좋지 않은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따지지 않는다”며 “정중히 ‘다시 계산 부탁드린다’고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A씨의 일본인 아내는 결코 혼자 미용실을 가지 않습니다. A씨의 아내가 7만원인 단발 커팅과 스트레이트 시술을 요청했음에도, 미용실 측에서 “영양 관리를 해줬다”며 14만원을 요구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영수증을 본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민원까지 넣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서비스업은 정해진 가격이 아니기에 주인이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A씨의 아내는 A씨 없이는 미용실을 가지 않습니다.
글의 끝에서 A씨는 “저희 아내 한국어 잘합니다. 보통 주부들처럼 아침 드라마도 보고 봉사 활동 가서 아이들과 대화도 잘합니다”라며 “내성적이고 발음이 좋지 않아 한국어를 못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안쓰럽습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의 입장과 나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것을 권하는 말입니다. 해외여행과 이민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내 가족이 외국에 나가 물가에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일을 당한다면 어떨지, 한 번쯤 헤아려 보는 건 어떨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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