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역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은행과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주식시장도 늦게 개장했다. 항공기 운항이 멈췄으며 군 훈련도 중단됐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5일 영국 BBC방송이 본 ‘수능 풍경’의 한 대목이다. BBC는 “시험이 시작된 오전 8시40분 한국 전역이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덩달아 긴장한 학부모들은 인근 절이나 교회를 찾아 자녀가 무사히 시험을 치르길 기도한다”고 썼다.
수능시험은 이날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40분부터 시작됐다. 총 59만여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외신들은 특히 영어듣기평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오후 1시10분에서 1시35분까지 25분간 ‘소음통제시간’이 운영된 모습에도 주목했다. AFP는 “영어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모든 항공기 이·착륙이 25분간 금지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수능시험에 쏠리는 전 국민적 관심이 한국 특유의 경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BBC는 수능을 ‘8시간동안 진행되는 마라톤’에 비유하며 “50만명이 넘는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대학 진학의 의미 이상이다. 직업과 연봉, 미래 인간관계까지 좌우하는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소위 ‘SKY’라 불리는 명문대 진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AFP통신도 “수능시험은 치열한 경쟁사회인 한국 교육시스템의 정점”이라며 “사회적 지위와 좋은 직장, 결혼을 좌우할 핵심 열쇠”라고 설명했다.
수능 시험이 과거와 달리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난한 계층은 점점 더 뒤로 밀려나가고, 소수의 부유층 자녀들이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도훈 연세대 교수는 BBC에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한국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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