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날’ 맞아 처음으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고 외친 이들

Է:2018-11-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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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서울 한복판에 걸린 현수막이다. 11월 3일, 이날은 ‘학생의 날’이었다. 학교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중·고교생들이 처음으로 거리로 나선 날이기도 하다.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집회가 3일 열렸다. 전국 페미니즘 및 학생 단체 30여 개가 주최한 스쿨 미투 공론화를 위한 외침이었다. 이 날 집회는 스쿨미투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 학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칠판을 부수는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현장에서 ‘NO SCHOOL FOR GIRL’(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고 적힌 배지를 달았다. 또 ‘내가 원하는 학교는 OOO한 학교다’라고 적힌 노란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학교상을 적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올해 4월 시작된 스쿨미투 고발이 반 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고발 대상은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 만행’이 아니라 성폭력이 상식이 되어버린 학교 현장이었다”라며 “단순히 가해 교사 몇 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 인권 없는 학교는 성폭력을 은폐했고 학생은 교사의 말에 따라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된다”며 “스쿨미투 고발 이후에도 학교는 성폭력 교사들을 감싸기에 급급하고 학생에게 징계 위협을 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2차 가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는다. 말하기 시작한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쳤다. 자신들의 이야기는 교실 내부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그 이야기들은 교문을 벗어나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스쿨미투 고발자였던 이들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여학생은 “학교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교사들이) 예쁜 학생은 무릎에 앉히고 ‘수행평가 만점 주겠다’거나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해야 한다’ 같은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ㅅ고등학교 공론화’라는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은 “남자 선생님들이 여학생들에게 허리를 잘 돌린다거나 요염해야한다거나 하는 발언으로 수치심을 느꼈음에도 그저 예민하다고만 치부됐다”며 “학교는 가해교사의 처분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미지를 위해 학생들을 협박하지 말라. 또 교단에는 교사만 세워달라”고 지적했다.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는 “대안학교에서 3년간 가족보다 신뢰하고 존경하던 교장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가해자는 그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도망쳤다”며 “이외에도 몇 사람이 교장으로부터 혼외정사를 권유 받았다. 가해자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고 토로했다.

북일고 국제과 미투 고발자는 “왜 우리가 걸레라고 불려야 하는지 전교생 앞에서 소리쳤고 교실은 울음 바다가 됐다”며 “남자 기숙사 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침대 위의 모습을 상상해 묘사하고 신체 부위 순위를 매겼다는 사실에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같은 학교 기숙사 남학생들이 가한 성희롱을 폭로했었다.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한 여학생은 “선생님이 ‘여성은 남성 앞에서 자면 안 된다, 여자는 60㎏ 넘어가면 안 된다, 살 빼라’ 등 발언을 했다”며 “여교사를 성희롱했던 교장은 같은 재단에서 (다른 학교 교장으로) 다시 취임했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여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쿨미투 활동가는 “학교는 학생을 보호한다고,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중간 중간 참가자들은 “우리는 말한다 학교는 들어라” “혐오는 교육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학교를 바꾼다” “폭력은 교권이 아니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를 통해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시행 ▲2차 가해 중단 ▲학내 성폭력 전국적 실태조사 이행과 규제 처벌 강화 ▲학생들을 성별이분법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하지 말 것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 학교 만들기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스쿨미투는 지난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ME TOO‘(나도 겪었다), #WITH YOU‘(당신과 함께)’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창문에 붙이는 것으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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