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소설’ 의미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고 부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성 비서관이 함께 찍은 사진을 두고 벌어진 ‘백악관 사진 표절 공방’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는 “‘뉴스’는 ‘사실’에 기반했을 때 ‘뉴스’입니다. ‘소설’과 구분되는 지점도 바로 ‘사실’일 것입니다. 팩트를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언론의 이런 보도, 어떻게 봐야 하는 겁니까”라고 적었다.
공 작가는 이 게시물에 댓글로 “고민정 대변인 팬이에요! 다만 민주정부의 대변인께서 거짓말을 예술 장르인 ‘소설’과 혼돈해 쓰시면 곤란합니다. ‘소설’을 거짓말과 동일어로 쓴 것은 이명박근혜 때 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고 부대변인은 “언어가 품는 다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소설’과 작가님이 생각한 ‘소설’이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공 작가는 “그래도 한 나라의 대변인께서 이런 용어를 잦게 사용하시면 안돼요. 어떤 나라도 이런 식으로 문학을 모욕하지 않습니다. 그냥 거짓말이라 해주세요”라고 강조했다.
이후 공 작가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설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악이고 고의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쓴 사람은 이명박이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BBK를 감추기 위해서 ‘여러분, 이거 다 소설인 거 아시죠?’ ‘소설 쓰는 거다’ 등의 용어를 구사했다. 그런데 그가 왜 ‘거짓말이라는 단어 대신 소설이라는 단어를 대입했을까?”라고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소설이라는 단어는 사실 어떤 진실을 정확히 지적하기 위해 윤색과 왜곡을 허락하는 단어이다. 얼마간의 윤색과 왜곡이 오히려 진실을 드러내기 좋을 때 우리는 이것을 개연성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의 진술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박근혜는 난처한 일이 있을 때마다 소설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의 말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 소설은 얼마간의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진실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의 용어다. 생각해보라.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혹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소설 쓰지 마십시오’ 같은 저잣거리의 용어가 나온 적이 있던가”라고 말했다.
이어 “한 국가에서 장려받아야 할 예술 양식을 민주 정권이 나서서 ‘거짓의 대명사’인 단어로 사용하는 일은 없었고 세계 역사에도 없다. 이후 김어준, 주진우, 진중권 등이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들이 그 시절 법정 다툼을 피하기 위해 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세상 어떤 나라도 예술의 한 장르를 폄하해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설사 대중이 사용한다 해도 공식 언어에서 민주 정부의 공식 언어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가볍게 고 (부)대변인에게 댓글을 단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팬이다’라고 시작했다”며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공 작가는 “그 후 나는 고 (부)대변인께서 잠시 숨을 고르셨을 거라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그분의 노고에 누가 된 것이 새삼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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