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린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외계 지능소통’(METI·Messaging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센터에서 ‘우주의 언어’라는 워크숍이 열렸다. 이들은 우리가 외계인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으며,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우리가 무리 없이 외계인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의 제프리 작가와 캠프리지 대학교의 이안 로버츠 작가는 “지구 내에서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언어의 법칙(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이 있다”며 “이 보편문법, 특히 통사구조는 외계인의 언어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편문법이란 모든 인간 언어에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문법을 뜻한다. 예를 들어 모든 언어에는 명사, 동사, 형용사 등의 품사가 존재하며, 각기 다른 언어는 비슷하거나 다른 통사 구조를 지니고 있다. 보편문법은 생득적이며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이다.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로렌스 공과 대학교의 곤잘로 교수는 “외계인은 우리와 다른 뇌가 있을 것이며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와 아예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종의 언어를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한다”라며 “우리가 외계인을 발견하더라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터 언어학 전문가인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울프럼은 이런 통념을 자체를 뒤흔들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의 기준으로 ‘다른 것’들을 판단해서는 안 되며, “우주와 자연에는 인간의 두뇌만큼 복잡한 존재들이 수없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구 공기의 유체 흐름, 펄서의 자기권 등”을 예로 들었다. ‘펄서’는 강한 자기장을 갖고 고속 회전을 하며, 주기적으로 전파나 엑스선을 방출하는 천체로, 이른바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을 뜻한다.
그러면서 울프럼은 “문제는 이런 것들이 ‘지능’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인간의 지능이 추구하는 목표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마저도 인간의 지능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에 맞게 개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프럼은 “사람들이 외계 지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처음으로 묻는 건 ‘외계 지능이 존재하긴 하는가’”라며 “이런 물음 자체는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중에 가서야 우리 주변에 외계 지능이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주에서 펄서가 방사선을 방출하는 그런 현상들 자체가 ‘지능적’이며, 이런 ‘지능’이 인간 지능과 궤를 달리 하기 때문에 인간이 그동안 이를 해석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울프럼은 “인공지능은 점점 더 인간처럼 변하게 될 것이고 인간은 인간 말고는 다른 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마지막에 가서는, 지구와 우주 전체적으로 다양한 지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이 외계인 발견과 외계인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지구 안팎에 있는 ‘지능’을 인식하고 이들과의 소통에도 힘쓰자는 주장이다.
박세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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