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여성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 전 지사가 법원을 빠져나가는 순간 ‘미투'를 응원하는 여성들과 안 전 지사의 지지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이번 무죄 판결은 ‘미투'(Me too) 운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동시에 여성 시위가 더욱 격화된 양상으로 전개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초범인 ‘홍대 몰카 사건’의 여성 피의자에게 실형이 내려진데 반해 안 전 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여성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예고했다.
페미니즘 진영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안 전지사 선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미투 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여성들의 용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자 또 다시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적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투 폭로가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윤김지영 교수는 “2018년 촉발된 미투 운동에서 상징적 사건 중 하나인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1심에서부터 무죄로 나오게 되면 2심에선 그보다 더 높은 형량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이라며 “1심 무죄 판결은 남성중심적 사법체계로 인한 사법 불평등의 현실을 적확히 보여준 것이자 미투 운동의 지형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진행된 가파른 싸움임을 확인시켜준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재판부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김씨가 잘못했고 안 전 지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유죄로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텐데, 일부 집단이 이번 판결을 마치 페미니즘과 미투의 패배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최근 활발히 활동해온 여성단체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여성 시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주장하는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안 전 지사 무죄판결로 동력을 더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성 우월주의 워마드 일부회원들이 15일 광복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과격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은 지금까지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의 양상을 급진적으로 격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법원의 법리적 판단과는 별개로 분노한 여성단체들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여성 운동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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