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언제쯤 무더위가 끝나나’로 쏠리고 있다. 1일 기상청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해 ‘111년만의 대폭염’이란 표현도 나오고 있다. 한여름에 더위를 식히려면 태풍이나 비소식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반도를 기웃거리던 태풍들은 폭염 기세에 눌려 사라졌고, 기상청은 “한동안 비소식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온라인 상에선 “이제 기댈건 입추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24절기’에 기대를 걸어본다는 뜻이다. 8월에는 24절기 중 열세번째 절기인 입추(7일)와 열네번째 절기인 처서(23일)가 있다. 특히 가을 문턱으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입추가 앞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입추가 지나면 실제로 폭염이 한풀 꺾일까? 안타깝게도 과거의 기록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여준다. 기상청의 과거 기후자료를 찾아보면 답이 나온다.
1994년은 올해 폭염과 비견될 정도로 대폭염의 해였다. 당시 입추는 8월8일 이었는데, 8일을 제외한 이전 7일 평균 최고기온과 이후 7일 평균 최고기온을 비교해봤다. 과거 기후자료는 서울 지역 관측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1994년의 입추 당일 최고기온은 33.8도였다. 입추 후에는 어땠을까. 오히려 기온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지 않았다. 이후 9일부터 15일까지 평균최고기온은 무려 34.1도에 달했다. 이는 입추 이전 7일의 평균최고기온인 33.3도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최근 몇년간 상당히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16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엔 입추가 올해와 같은 8월7일이었다. 입추 당일의 기온은 35도였다. 입추 이후 1주일간 평균최고기온은 34.7도로 1994년보다 더 높았다. 입추 이전 1주일간 평균최고기온은 33.7도로 역시나 입추 이전보다 입추 이후가 더 더웠다.

과거 ‘폭염의 해’ 기후자료로는 입추가 무더위를 식혀줄 것이라는 기대를 섣불리 갖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절기상으로는 언제부터 더위가 한풀 꺾일까. 입추보단 처서다. ‘처서에는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는 시기다.
실제 1994년의 경우 처서였던 8월23일 이후 최고기온이 32도 밑으로 떨어져 점차 내려가기 시작했다. 2016년 역시 처서를 지난 이후 8월말까지 평균최고기온이 30도 이하를 밑돌았다. 올해 처서 역시 8월23일이다.

당분간 비소식도 기대하기 어렵게되자 ‘인공강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인공강우를 내려주세요”, “인공강우 연구를 더 해주세요” 등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해달라는 청원이 최근들어 올라오는 중이다. 인공강우는 요오드화은(AgI) 등의 ‘응결핵’ 물질을 구름에 뿌려 비를 내리게하는 기술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물부족에 시달리는 중동이나 중국, 미국 등지에서 일부 인공강우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인공강우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4월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인공강우를 시도하려다 날씨 문제로 포기했었다. 현재 기술 한계상 인공강우를 시도하려면 구름이 많이 있어야하는데 “날씨가 너무 맑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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