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약사들이 모여 정부의 ‘편의점 판매약 확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대한약사회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편의점 판매약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3300여명, 경찰 추산 약사 2500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또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기업형 면대약국과 병원 부지 내 불법 개설약국도 발본색원하라”고 외쳤다. 면대약국이란 약사 자격증이 없는 자가 면허를 대여해 운영하는 약국을 뜻한다.
이날 집회는 정부의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품목 교체 시도를 비롯해 법인 약국, 의료기관의 편법약국 개설, 면대약국 등 업계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약사회는 이같은 정부 정책으로 의약품 안전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8일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를 열어 겔포스와 같은 제산제와 설사 치료약인 지사제를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뜻을 밝혔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은 “현 정부가 진정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가, 과연 적폐는 청산되고 있는가”라며 “편의점 판매약 확대 등은 보건의료의 공공성과 의약품의 안전성, 건강할 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적폐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8만 약사의 이름으로 경고한다”며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소리치고, 눈물 흘리는 우리들 약사의 모습을 외면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묵과한다면 전국 모든 약사들이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와 온 몸으로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약사회는 이날 궐기대회에서 ‘편의점 약’이라고 적혀 있는 플랜카드를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편의점 판매약으로 인해 부작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품목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약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면허를 박탈하는 정책들이 규제개혁이라는 억지주장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약사가 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부조리한 약사제도를 고쳐달라”고 호소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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