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80세 미국 할머니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년 전부터 태권도의 매력에 빠진 이 할머니는 출국 직전 남동생이 세상을 등졌는데도 이를 감수하고 한국 대회에 참가했다.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바바라 커닝햄(Barbara Cunningham) 할머니는 2018 광주국제태권도아카데미 및 태권도품새대회 최고령 참가자다. 이 할머니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대회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닦아온 실력을 최종 점검하는 등 출국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남동생의 죽음이라는 비보를 접한 것은 출국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 13일.
하지만 그 같은 슬픔도 태권도에 대한 이 할머니의 사랑과 불굴의 도전 정신을 꺾지 못했다. 커닝햄 할머니는 고심 끝에 장례식을 뒤로 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열심히 생을 영위하는 게 먼저 세상을 떠난 남동생에게 누나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커닝햄 할머니의 사연은 대회 주최 측에 전해졌다. 지난 7월21일 빛고을 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품새대회장에서는 장내 방송을 통해 남동생의 사망을 딛고 대회에 참가한 커닝햄 할머니의 출국 과정이 소개됐고 참가선수들과 관객들은 박수로서 감동과 격려를 표했다.
커닝햄 할머니가 태권도에 입문한지는 3년이 조금 넘었다. 지난 2015년 3월 15일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뉴저지주 외인타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최창원 관장에게 용기를 내 전화를 건게 시작이었다. 이후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태권도를 배우고 있으며 현재는 브라운벨트로 블랙벨트 다시 말해 고단자들이 매는 검정띠를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커닝햄 할머니가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년 전인 2016년이다. 그때도 무주 제10회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할머니는 엘로우 벨트를 매고 품새 1위를 했다. 태권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올해도 광주국제태권도아카데미에 참가한 계기가 되었다.
커닝햄 할머니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남동생이 이 세상을 떠났다. 비록 슬펐지만 태권도를 통해 배운 좌절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으로 참가하게 되었다”며 “태권도 아카데미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내년에도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태권도 스승인 최창원 관장은 “커닝햄 할머니의 태권도 사랑과 불굴의 정신이 많은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알려져 태권도 수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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