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 설명하다 성희롱 징계… 동료 교사 반응은?

Է:2018-07-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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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여고 국어교사가 수업 중 고대 가요 구지가(龜旨歌), 춘향전 등을 설명하다 성희롱 징계 조치를 받았다. 구지가를 설명하면서 거북의 머리를 남성의 성기로 보기도 한다고 해석하거나, 춘향전을 다루면서 ‘춘향이 다리’를 언급한 것이 문제였다.

1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모 사립 고교 이모(58) 교사는 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 민원을 받고 최근 자체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교사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결론냈다. 징계 요구와 함께 2학기 수업 배제를 결정하고 시교육청에 보고했다.

그는 “정당한 수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민원에 의해 성희롱을 간주해 징계를 당하였기에 수업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강력한 조치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3일 이 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업 내용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민원을 받고 학교에서 성희롱이라고 결정하여 징계를 받게 되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징계당한 이유를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다음은 그의 주장을 정리한 내용이다.

△ ‘구지가’에서 ‘거북 머리’를 ‘남자 성기’라고 해석
이 교사는 구지가를 설명하면서 ‘거북의 머리’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을 내놨다. 그는 “거북의 머리가 우두머리, 군왕, 지도자, 음경을 상징한다는 건 이미 보편화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남자의 성기를 언급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또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 이건 정병욱이라는 학자가 주장한 학설이다’라고 설명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체 맥락을 빼고 부모에게 남성의 성기만을 얘기하니 부모는 화가 나서 민원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구지가에서 ‘거북의 머리’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잡귀를 쫓는 주문(呪文) ▲신(神) ▲희생무용(犧牲舞踊)에서 가창(歌唱)된 노래 ▲거북의 머리와 목은 남성의 성기(性器), 구워 먹겠다(燔灼而喫也)는 여성의 성기를 은유(隱喩)한 것으로 보고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노래로 보는 견해 등이다.

△ 바다를 뜻하는 ‘마르’ 설명하며 ‘자궁’ 언급
그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설명하면서 ‘물’의 상징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사는 “세계가 물 혹은 바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은 대부분의 문명이 공유하고 있는 발상이다. 수메르어에서 바다를 뜻하는 ‘마르(mar)’라는 단어는 자궁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여기서 ‘자궁’을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공무도하가의 배경설화는 이렇다. 흰 머리를 풀어헤친 어떤 자가 술병을 들고 어지럽게 물을 건너가고 있었고, 그 아내가 쫓아가며 말렸다. 하지만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아내는 ‘공무도하’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소리가 매우 구슬펐다고 전해진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도 스스로 몸을 던져 물에 빠져 죽었다. 한국고전문학사에 따르면 여기서 ‘물’은 소멸성(죽음), 재생성 및 모성성을 뜻한다.

△ 춘향이 다리 보고 첫 눈에 반한 몽룡?
이 교사는 광한루를 설명하면서 춘향전을 언급한 적 있다고 했다. 그는 “광한루는 이몽룡과 춘향의 첫만남 장소이다. 실제 광한루에서 그네 타는 곳은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의 거리다. 소설은 가까이 있는 줄 묘사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몽룡은) 그네타고 있는 춘향의 다리 정도 봤을 것이고 거기에 반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서 ‘춘향의 다리’를 말한 것을 성희롱으로 봤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적극적으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성희롱을 했다고 한다”면서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 조사 보고서를 내기 전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5일에도 재차 “문학 수업 관련 성희롱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하는 분노심에 어리석은 생각도 했다. 너무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기만 하다. 끝까지 싸우자 하면서도 힘들다는 두려움에 별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 교사의 페이스북에는 동료 교사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교사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고대가요나 설화는 대부분 성적인 내용을 포함한다”면서 “이것을 매번 교사의 성희롱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이는 “문화혁명기 광기를 보는 듯하다”고 적었다.

제자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공개한 ‘졸업생 제자들이 보내준 편지’에는 “제자로서 억울하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졸업생들이 날 위해 위로의 글을 쓰고 날 지키는 모임도 갖는다고 한다”면서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이를 증명할 것이다.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 측에 이 교사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요청했지만 “상당 부분 왜곡되었다”는 반응 외에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학교가 이 교사에게 내린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성희롱 발언이라고 판단 내리고 교육청에 보고한 사안”이라면서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교육청에서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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