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세수까지 생수로… 낙동강 ‘수돗물 공포’

Է:2018-06-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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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에 사는 문모(67)씨는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하자마자 마트로 달려가 대용량 생수 네 박스를 샀다. 딸이 택배로 보낸 생수 여러 박스도 방 안에 쌓아 두었다. 문씨는 “예전에 페놀,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수돗물에서 나왔던 경험이 있어서 수돗물이 깨끗해졌다는 정부 말을 믿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며 “지인은 양치나 세수까지도 생수로 한다”고 말했다.

‘대구 수돗물 파동’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라고 말한다. ‘라돈 침대 사태’ 때 드러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의 대형마트엔 생수를 사려는 시민이 여전히 몰리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부가 긴급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3일 대구 지역 이마트의 생수 매출은 평소의 3.5배에 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분간 생수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평소 생수 물량의 5배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엔 수돗물을 쓰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식당들도 생겨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부산 지역 수돗물에서도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 외 지역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본인 거주 지역의 식수가 어느 강에서 흘러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글엔 “우리 지역 식수도 낙동강 하류에서 나오는데 걱정된다” “경남 밑 지역은 모두 오염된 것 아니냐”는 등 불안과 분노가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이날 대구 매곡정수장을 방문하고 대책회의를 가졌다. 대구시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취수원 이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책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수돗물 공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날에도 낙동강 정수장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의 수치가 높게 나와 불신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대구시 상수도수질연구소 관계자는 “4대강 보 때문에 해당 물질이 빠지려면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취수장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지난달에 알았음에도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식수 문제인데도 일부 언론을 통해 오염 소식을 알았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라돈 침대 사태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정부 대처를 지켜본 터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다”며 “안전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정부 조치 이후 물질 농도가 얼마나 옅어지고 있는지 등을 실시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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