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저, 비참하지 않았습니다”

Է:2018-06-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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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돌이켜보면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쌀은커녕 몸 누일 집도 없던 어린 시절. 그런데 성인이 돼 남은 건 이상하게도 아련하고 따뜻한 기억뿐입니다. 그 시절, 누구보다 사랑받았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19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자신을 ‘가난하고 자상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소개한 글이 화제였습니다. 이 게시물은 하룻밤 새 1만회 넘게 조회됐는데요.

사연의 주인공인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얼마나 가난했는지 “초등학교 때는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았다”고 하네요. 당시 파출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A씨 가족은 건너건너 알게 된 아주머니 집 지하실에 둥지를 틀어야 했습니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쌀이 없어 미숫가루로 연명했고, 설탕이 없어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을 타서 먹을 정도였죠. A씨는 “가끔 엄마가 어디선가 밥을 얻어오면 물을 많이 넣어 끓여서 네 식구가 나눠먹었다”면서 “당시 초등 저학년이었던 남동생이 한그릇 먹고는 ‘나 국물만 좀 더 달라’고 해서 우리끼리 막 웃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부모님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A씨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저는 그렇게 비참하고 슬프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이 늘 따뜻하고 든든하게 지켜준다는 느낌이었다”면서요. 원망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청소년기에는 “차라리 엄마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서 내가 깨끗하게 이 세상을 떠나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네요. 하지만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 A씨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명문대에 입학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계에 보탬이 된 거죠. “아마 신께서 제가 너무 안쓰러웠는지 한 번의 대운을 주신듯 했다”는 그는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적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엄마가 도망가지 않을까 마음 졸이던 아이, 이제는 한 가정을 꾸린 어엿한 성인입니다. A씨는 “ 다시 태어나도 저는 제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부모는 우주다. 아이들은 비싼 음식이 아니라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능했지만 저희를 정말 아껴주셨던 아빠와 보낸 유년시절의 기억이 참 아름답게 저장되어 있어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는 생각으로 사셨던 엄마는 제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었어요.”

A씨의 고백은 잊은 줄만 알았던 저마다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연이 댓글로 이어졌습니다. 나이 먹을 수록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곱씹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모에게 가장 큰 재산을 물려 받으셨네요. 저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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